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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빈 Dec 23. 2020

왜곡된 육아정보


육아를 하면서 나의 낮은 어휘력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어휘력이란 정확한 '개념'을 뜻하고, 개념이란 '불변의 진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불변의 진리란 말 그대로 세상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어휘력이 높은 사람의 경우는 언어 이해도가 높다. 머릿속의 정확한 개념이 있으니 애매모호한 글이나 말을 듣고 마구잡이로 해석하지 않는다. 결국 어휘력이 높다는 것은 정확한 개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자 힘이 된다.
객관적으로 판단했을때 나는 어휘력이 낮은 편이다. 어휘력은 생득적인 것이 아닌,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기에 어릴적 공부안하고 탱자탱자 놀았던 나는 자연스레 어휘력이 좋지가 못하다. 그래서 애매모호한 글이나 말을 들었을때 나의 정확하지 못한 애매한 개념안에서 그것을 매우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육아서적을 보고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본 경험은 엄마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여러 육아 정보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이럴거면 육아책을 안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많은 정보들에 멀미를 느낀 적도 있다.
육아서적에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면 좋다는 글을 보면 하루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책을 읽혔고,아이들은 뇌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적기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에 한글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아직 시기가 아니라며 배움을 차단해 버리기도 했을 정도로 무지했다.
그만큼 내가 가진 정확한 개념(어휘력)의 수가 적으니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100이라면 나는 10만큼의 내 개념안에서 10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고, 숲을 이야기 하는 책에서 나무의 개념밖에 없는 나는 숲의 일부분인 나무만을 보고 개념화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 불안이 높아 생각이 많은 편이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밤새 이어지는 바람에 불면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당시 상담사에게 "생각을 멈추고 싶어요. 너무나 많은 잡생각으로 불면에 시달리고 머리가 아파요."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상담사가 '왜' 생각을 멈추고 싶어했는지, 어디서부터 파생된 것인지를 찾아 나가는 작업을 통해 책에서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생각을 멈춘 사람이 행복하다.'라는 어느 책의 글귀에 영감을 받은 나를 찾아냈다.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생각을 멈춰버리라가 아니지만 나는 표면적인 해석을 했고 상담사는 어떠한 정보를 받아들일때 내가 나의 생각에 맞춰 정보를 왜곡하여 개념화시켜 버리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고 하셨다.
또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을 멈추어 버린다는 것은 곧 뇌가 멈춘다는 의미인데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담사는 내가 상담시에도 종종 정보를 왜곡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의문이 가는 정보는 출처를 명확히 가지고 와서 상담사와 함께 해석을 하는 과정을 거치자고 제안했다.
어떤 상담사는 육아서적을 읽지 말라는 어이없는 처방을 내리기도 했었지만 당시 상담사는 오히려 전문가가 쓴 정확한 이론서를 더 많이 읽어 정확한 개념을 쌓을 것을 추천했고 매일 아이의 연령에 맞는 육아서적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상담사는 '정보'에 국한하여 말을 했지만 어쩌면 육아나 부부관계, 대인관계,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들도 나의 입맛에 맞춰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육아에는 답이 없다. 내 아이에게 맞는 답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도, 아동학에서도 수많은 이론이 있다.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모든 이론에서 공통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같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라."
당시엔 피상적인 '방법'만을 보고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저렇게 하라는데 뭘 따라야 하는지 정보의 바다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는데 심리학공부를 하며 정확한 지식과 개념을 쌓아가면서 접근법이 다른 것이지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요즘은 에세이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육아법이 많이 공유되고 있다. 나 역시 심리학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비전문가가 쓴 글일 뿐이다. 이러한 비전문가가 쓴 글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20년씩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가들도 '정답'을 말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아이를 한두명 키워본 엄마들이 그것이 정답인양 성급한 일반화를 하여 왜곡된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나 역시 글을 쓸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심리치료 당시 상담사에게 받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왜곡된 정보를 흘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육아서를 읽을때 왜곡된 정보를, 개념을 갖지 않도록 취사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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