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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Sep 18. 2022

차 대신 걸어서 등하교시키는 이로움

걸어서 학교 다니면 좋은 점을 알아버렸다!


차가 갑자기 고장 나 버렸다. 그것도 바쁜 아침 등교시간에!

당혹함에 순간 뇌가 정지한 듯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과 걸어가기로 했다.


원래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이사를 가게 되어 차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고 있다. 보통은 차로 등교를 하면 신호등 대기시간 포함하여 10분 정도 차를 타야 하는 거리. 9살 아이가 걷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라 차를 항상 이용하고 있다.


처음 걸어가자고 하자, 순순히 따라 나왔는데 나는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여행 다닐 때도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

"엄마~ 다리 아파~!"

 "여행은 왜 하는 거야? 다리 아프게 하려고 하는 거야?!" 이런 청개구리 소리를 해대며 번갈아 가며 힘을 빼내는데 도사인 쌍둥이다. 게다가 한 명이 불평을 시작하면, 돌림노래처럼 둘이 라임을 맞혀 불평 노래를 해댔다.


'곧 또 다리 아프다고 노래 시작하겠지?..' 하며,

공격에 대응할 적절한 방어의 말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양 쪽에서 따뜻하고 조그만 손이 훅 들어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어느새 제법 커서 손에 적당한 힘이 느껴지고, 아이들 특유의 오동통하고 따뜻한 열이 있는 귀여운 손이다.


기분이 좋다!

 

아이들은 엄마와 걸어가며 재잘재잘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차는 왜 고장이 난 거야?"

"이렇게 가면 지각하는 거 아니야?, 조금 더 빨리 걸을까?"

"내가 좋아하는 만두가게가 있네?!"

"걸어가니까 상쾌하고 좋다!"


생각을 뒤엎는 긍정의 재잘거림.

'아이들이 그새 또 자랐구나..'


나도 오랜만에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걸으니, 전쟁 같은 등교 준비시간의 부산함들이 씻겨 내려가고 평화가 찾아옴을 느꼈다.   




아이들의 걸음으로 30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 시간은 생각보다 적은 25분이 걸렸다.

차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아 다음날도 걷게 되었는데,

첫날은 25분 꼬박 걸렸던 시간이 다음날부터는 20분으로 줄었다.

복병은 바로 아이들의 '뛰기 본능'과 '직진본능'의 콜라보.

그 아름다운 콜라보로 등교시간 20분 신공을 발휘했다.


걷어서 등교시키다 보니 좋은 점들이 꽤나 많았다.




걸어서 등하교하면 좋은 점들


1. 집중력과 학습능률이 올라간다.  

학교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시작된 1교시에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고 있던 뇌가 아직 덜 깨어서 일어난 현상이다.

아침을 먹어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흡수시키고 햇빛을 쐬며 걷기 운동으로 세로토닌, 도파민, 아세틸콜린 등 각종 호르몬을 촉진시키면 학교에 도착할 때쯤, 뇌는 최상의 상태가 된다. 자연스레 집중력이 높아져 학습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2. 왕복 40분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여 헬스장을 찾거나 운동을 따로 할 시간이 없다면 이 시간을 적극 이용하여 부족한 운동을 충족시킬 수 있다. 파워워킹을 가동하여 15분 이상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자. 왕복이면 40분 이상 운동을 하게 된다.  


3. 하교 때는 학교에서 지친 뇌를 리프레시하는 효과가 있다.

쌍둥이에게 학교 다녀와서 바로 숙제를 시키면,

"하루 종일 학교에서 힘들었는데 이따가 하면 안 돼요?"

하며 살짝 저항의 기미를 보인다.

초등 2학년이지만 아이들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학교 시간표가 힘든 모양이다. 걸으면서 산책 효과를 주고 가끔씩 손에 간식을 쥐어주면 저도 모르게 긴장했던 뇌의 상태가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4. 정서적 유대감을 줄 수 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걸어 다니며, 알콩달콩 얘기하는 시간 확보로 정서적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차를 타면 각종 신호와 속도에 신경 써야 하고, 손은 더더욱 잡을 수 없다. 걸으면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체온을 느끼며 얘기할 수 있으니 대화가 더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곧이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주변을 보고 재잘재잘 이야기 꽃을 피울 것이다.  


5.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촉진시킨다.

아이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학습 거리다.

온갖 것을 파는 다양한 종류의 동네가게를 지나며 경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스치며 매일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누나, 형, 유모차에 타고 있는 귀여운 아가 등)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관찰하며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볼 수도 있고,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뭇잎의 변화 등을 관찰하면서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도 있다.


6. 시간 활용하여 전화나 연락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주로 하원 때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혼자의 시간에 할 수 있는 일)

할 일이 많은 나는 시간을  쪼개어 활용하기를 좋아한다. 전화 같은 것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데 운전 중에 하면 아무래도 사고의 위험이 있거나 신호와 속도 등 신경 쓸 것이  많아 온전히 통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걸어서 이동하며 전화를 하면,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중요한 내용들을 놓치지 않으며 통화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7. 걸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이 역시도 하교시간에 아이들 데리러 가면서 할 수 있는 일로, 책 읽을 시간이 하루에 도저히 나지 않는다면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8. 기름값도 아낀다 ->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이롭다.

티클 모아 태산. 하루 등 하원에 드는 티끌 같은 기름값도 한 달 모으면 꽤 되지 않을까? 기름값이 날마다 고공 행진하는 요즘, 체감하는 효과가 더 클 듯하다. 게다가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를 한대 정도는 줄일 수 있으니 환경에도 이롭다.



# 부작용

지나다니며 매력적인 주전부리 간식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

아이들의 최애 간식 황금잉어빵, 날마다 명랑한 핫도그, 떡볶이 가게 등등,, 그러나 세이빙 된 기름값이 있으므로 간식값이 상쇄된다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훗날 하굣길의 즐거운 간식 시간이 추억으로 남는 보너스도 있다.  


나도 어릴 때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불량식품 사 먹던 기억이 너무도 선명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아 있기에,,

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이 지금의 내 나이가 되어도 두고두고 예쁜 기억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앞으로도 차가 정말 필요한 학원에 가는 이틀은 제외하고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 주 2~3회 정도는 걸어서 등하교를 할까 한다.


불편함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생각지도 못하게 얻는 것이 있다.

불편하지만 유익한 것 들을 찾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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