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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Aug 11. 2022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엄마가 생각나는 소리

우리 집 세탁기는 아직도 통돌이다.

요즘에는 이것이 진정 세탁기인가~ 싶을 정로 예쁘고 기능도 많은 고가의 세탁기가 많이 나온다. 나도 몇 개월 전 이사를 올 때 건조기 달린 멋진 세탁기를 구입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사 갈 집이 베란다가 좁아 넘쳐 나는 살림살이들과 함께 넣다 보니 내가 바라던 멋진 키의 세련된 비주얼의 세탁기가 있을 자리가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또 이사할 때 이것저것 먼저 필요한 것들을 사다 보니 나의 세탁기의 순위는 저 멀리 밀려났다.


청소를 할 때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세탁기 돌리기다.

기본 세탁 시간이 50분~1시간 정도이니 세탁 버튼 눌러놓고 다른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세탁이 완료된다. 나름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고 세탁기 돌아가는 시간 안에 청소를 마칠 것을 목표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세탁 버튼은 청소의 타임 워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청소를 하는 동안 들리는 세탁기 소리는 청소를 돋우는 노동요가 되고, 밀린 세탁물을 돌려놓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때는 마음 한편이 편안해진다.


어릴 때 집 생각이 나기도 한다. 엄마가 세탁기를 돌리고 분주히 청소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왜일까~ 생각해 봤다.

엄마는 항상 바쁘셔서 집에 있지 않는 순간이 많았는데 세탁기가 돌아간다는 것은 그날 엄마가 집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집에 계셔도 나와 놀아주거나 온전히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숙제를 하고 있어도 엄마가 집안 여기저기에 '엄마가 있다는 소리'내주는 것이 좋았다.




지금도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요즘 나온 저소음의 최신식 세탁기가 아니라 '나 열심히 세탁하고 있다~'라고 티를 내며 열심히 돌아가는 전투적인 통돌이 세탁기 소리다. 복잡하고 바쁜 마음이 나른해지고 편안해진다.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운 엄마 얼굴도 떠오른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간단한 인사도 못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 죄송스러워진다. 사실 바쁘다기보다 엄마에게 더 멋진 모습의 나로, 자랑스러운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전화 버튼 누르기를 망설이게 한다.

장녀로서 시집을 가서 잘 사는 모습보다는 몇 년간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누름돌처럼 남아있다.


자식을 키워보니 그런 것은 엄마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쉽지 않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니 또 엄마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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