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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Aug 08. 2022

수족냉증에서 벗어나게 한 운동의 마법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은 나 같은 비실이가 쓴 말이 아닐까

나는 모태 비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족냉증이 심했고, 이렇게 몸이 차가우니 결혼해서는 애도 낳지 못할까 봐 친정엄마는 걱정이 많으셨다. 이에 엄마는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할 즈음 몸이 따뜻해지는 한약도 지어주셨다. 다행히 아이는 결혼 1년 만에 그것도 한 번에 두 명~! 쌍둥이를 가졌다. 우려가 민망할 정도로 한 번에 두 명의 남자아이를 안았다.


수족냉증이 심해서 6월이 되기 전까지 수면양말을 신고 살고, 한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추워서 가방에는 항상 카디건을 가지고 다녔다.

수족냉증뿐만 아니라 만성두통으로 조금만 피곤해도 누워야 할 곳을 찾았고, 안구건조증까지 있어서 피로도는 더 했다. 게다가 아직 40살도 안되었는데 무릎은 왜 이리 아픈 것인지?.. 40분 이상 걸으면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지도 못한다. 그 쉬운 러닝머신 운동도 나에게는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서 해야 하는 운동이다.


이런 비실이가 쌍둥이 육아를 하며, 남편의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 불면증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살맛 나지 않는 인생의 한 복판을 걷고 있었다. 아직 젊은데도 이리 육신이 약해 피곤한데 나이 든 분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혼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심지어 70세 시어머니가 나보다 건강해 보였다.




그 와중에 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의 계기는 코로나와 맞물려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보니 한창 왕성한 활동가인 우리 8살 난 남자 쌍둥이와 놀아줄 것이 마땅치 않았다. 실내 운동은 제약이 많아 야외로 돌게 되었고 야외에서 같이 축구, 킥보드, 걷기 등 운동을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답답함도 없어지고 활기를 느끼며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마침 집 앞에 헬스장이 있어 요가와 필라테스까지 있는 GX 3개월을 무작정 등록했다. 우선 등록을 해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즈음 고질적인 집안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그럴 때면 우울한 기분이 나를 장악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돌아오는 요가 시간이나 필라테스 시간들이 그런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시작했다.


근심 걱정이 있다가도 운동하는 50분 동안은 잠시 걱정을 잊고 운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약간 명상과 같은 시간이 된 것이다~! 그렇게 운동에 집중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전보다 더 밝은 에너지가 나를 채웠다.


이렇게 운동에 재미를 붙이니 이제 운동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3개월이 금방 지나고 다시 3개월을 등록했다. 처음에 인바디를 찍었을 때는 근육이 현저하게 부족했는데 점차 몸에도 작지만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과 함께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에는 집에서도 롱 패딩을 걸치고 있는 나인데, 이게 웬일~! 얇은 옷 하나만 입어도 춥지 않았다. 잘 때는 수면양말을 벗을 수 있었다. 놀란 것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 남편이다.


항상 비실이 수발하느라 외출할 때도 춥지 않은 장소 선택은 기본, 이것저것 고려할 것이 많았던 우리 남편. 수족냉증이라 발마사지도 해줘야 하고 한마디로 손이 많이 가는 비실한 와이프인데 운동을 하면서 몸이 점점 좋아진 것을 눈으로 보니 정말 신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고, 기분이 우울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운동시간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며 괴로움을 잊고 오늘 하루 잘 살았다~ 지금 이 순간으로 만족한다~하며 순간에 감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몸이 건강해진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더 건강해진 몸은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었고, 건강해진 몸으로 건강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은 아마 나 같은 비실이가 쓴 말이 아닐까?

몸이 건강해지니 정말 건강한 생각이 든다. 진정 유레카다. 놀라운 몸의 변화와 정신의 변화로 나는 정말 책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삶이 힘들고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운동을 적극 권하고 싶다. 힘들수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워있고 싶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테지만 움직이기만 해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몸이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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