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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김 Jan 15. 2023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의 단톡방을 나오다

단톡방 나오기 나만 힘든가요?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과의 단톡방을 나왔다.

많은 단톡방 중 가볍게 나오기 쉬운 단톡방도 있고, 관계가 가까워 그냥 나가기 쉽지 않은 단톡방도 있다.

어느 단톡방은 나오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린 곳도 있다.

이유는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만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져 친밀감도 살짝 느슨해졌고 이제는 자연스레 나오는 게 정말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될 즈음, 누군가의 찰떡같은 톡이 올라온다.

그럼 '오늘은 아니다.. 다음에 나가야겠다..' 하며

적절한 타이밍만을 고대하다 정말 2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매일 여러 개의 단톡방에서는 무수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쯤 열심히 오고 가는 카톡 내용들을 확인해 보면 나에게 하는 얘기도 아니고, 관심사도 먼 얘기들이다. 그런데 그냥 넘길 내용들을 또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나다.

워낙 생각하기를 좋아하기에.. (농담도 열심히 생각해 보는 타입..)

그럴 때마다 '내가 여기에 왜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고, 한 템포 늦어져 살짝 깬 잠을 급히 청해 보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 단톡방을 나가기가 쉽지 않은 때가 되었다. '카톡지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번 갇힌 단톡방을 빠져나오기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가 나가셨습니다'라는 말은

'왜 나갔을까?'라는 기본적인 궁금증과 함께 일순간 남아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만생각을 불러오게 한다.


물론 나가는 사람은 더하다.

'이렇게 나가면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작별 인사말이라도 쓰고 나가야 하나?'

'~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들 잘 때쯤인 한밤중에 나가야 하나?'


그런데 잘 때쯤 나가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간단한 작별의 말을 올리려 할 때마다 모두 올빼미족인지 갑자기 톡방은 대낮같이 활발한 에너지가 넘쳐난다. 내가 여기서 나가면 그야말로 찬물을 확 끼얹는 분위기..




차라리 50명이 넘는 단톡방을 그나마 낫다.

그런데 10명 내외의 그것도 친한 느낌으로 톡을 주고받고 있던 곳에서 나오기란 쉽지 않다.


남 신경 안 쓰며 나름 쿨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도 작은 단톡방을 나오기 위해 이토록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인간관계론', '심리학' 관련 책들과 유튜브의 각종 영상들을 찾아보며, 내가 성격파탄자나 대인기피증은 아닌지..부터 시작하여

'뭔가 성격이 모난 나..?' 등등.. 오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 모임에 나가서도 적극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봉에 서곤 한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나름의 진정성 있는 작별인사를 남기고 톡방을 나왔다.

나오고 잠시 잠깐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나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갈비뼈가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이제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물론 거기서 꽉 끼는 코르셋처럼 나를 압박한 것은 아니나 나 혼자만의 답답함이 있었던 듯하다.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카톡방, 카톡방을 들어다 봐도 읽어야 할 것들이 사라지니 내가 좋아하는 멍한 상태를 가질 수 도 있고, 몰두하는 생각들을 조금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보다 더 이전에 나왔던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단톡방도 나오고 나니 이리 후련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떤 목적으로 임시적으로 생긴 단톡방이라도 그 일이 끝난 것 같으면 가차 없이 방을 나와서 단톡방을 정리한다.




이는 평소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듯싶다. 안 쓰는 것은 보관하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

안 입는 옷을 옷장에 그대로 두고 보는 것 또한 나에게는 고문... 사용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것을 싫어하여 차라리 버리거나 정리를 하여 그 공간을 비워둔다.

그 공간을 비워둠으로 그 옆에 있는 것들이 더욱 잘 보이고, 언제 어떠한 것이라도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여유를 둔다. 이왕이면 그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으면 더없이 좋다.  


쉽게 만들어져서 수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단톡방.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있으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힘든 일이다. 안 궁금한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적절한 응답을 고민해야 하는 고달픔에서 헤어나 마음이 한결 가볍다.


깊은 생각과 가벼운 생각, 모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대규모 단톡방에서는 이런 생각들을 전혀 할 수 없고 소규모 단톡방에서도 나는 이런 생각들을 쉽게 공유하지 못한다. 무심한 문자 너머로 그 사람의 표정이 떠오르지 않아 답을 쓸 때도 한 템포 느리게 쓰곤 한다. 그럴 때마다 이미 톡을 저 멀리 이미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고 다들 스피드 게임의 달인들은 아닌지, 속사포 대화들은 벌써 다른 화제로 전환되어 있다.




현대인들은 전화공포증이 있다는데 약속을 많이 잡는 편은 아니나 꼭 하고 싶은 말은 톡보다는 전화가 좋고, 전화보다는 만남이 좋은 나는 옛날 스타일인가?

만날 대상과 미리 시간을 맞추고 적절한 의상을 입고 적절한 장소를 택하여 그곳에 가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요즘, 여전히 이전의 귀찮은 것이 좋은 '나는 생각보다 올드한 사람인 듯' 하다.

때론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주하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카톡처럼 문자를 보고 그에 적절한 말을 머릿속에서 생각하여 나름 정제되어 나오는 말보다 더 진정성 있는 응답이 나오곤 한다.

상대방의 표정과 분위기, 에너지가 반영되어 나오는 응답이므로 보이지 않은 문자보다는 뭔가가 더 있지 않을까?


요즘 나는 다소 조용해진 카톡방 때문인지 한결 평화롭고 한결 기분이 좋다.

수동적으로 쌓여있는 카톡들을 확인하지 않고 그 시간에 능동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페이지를 열어 책을 볼 수 있어 좋고, 계획대로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시간에 잘 수 있어서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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