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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Aug 20. 2024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디인가? (2)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 공간이 마음을 이끈다.

양평에 이사 와서 1년간 정말 많은 집과 땅을 보러 다녔다.

실은 이사 오기 전에도 간간히 임장을 하기는 했다.


https://brunch.co.kr/@012f12dcbe174e8/149



굳이 전원주택이나 주택 지을 땅을 알아보러 다닌

나의(남편과 함께) 개인적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거의 20여 년 전의 케케묵은 기억까지 끄집어내야 한다.


나는 결혼하자마자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남편은 6남매의 외아들이었고, 시어머니는 홀로 되신 지 오래셨다.

같이 사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했다.

결혼생활 중 느낀 점은,

홀어머니와 외아들 사이의 연대감은 

뭐랄까... 끈끈하다? 애달프다?

뭐 이런 단어들로는 충분히 설명이 안 되는

불가침해 신성구역이라고 느꼈다.

남자형제 없이 4 자매로만 구성된 나의 원가족의 분위기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나는 어린 시절 주양육자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아니던가?

다른 자매들은 모두 엄마가 주양육자였다.

나는 이해하기 벅찬 신세계였다.


그러던 중,

남편에게는 너무나 큰 존재인 시어머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우리와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내가 시어머니와 같이 산 지 8년 만의 일이었다.

지병이 있고 또 병약하신 편이라 자식들이 항상 걱정을 하긴 했지만,

그 당시 시어머니는 평소보다 식사량도 많이 늘고

살도 많이 찌고 컨디션도 좋아져서,

오히려 제2의 인생을 맞이하는 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기에 어머니와의 갑작스런 이별은

남편에게 받아들이기 너무나 힘든 그야말로 "사건"이 되었다.


남편은 제대로 먹지도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자

크게 다칠 뻔한 위험한 일도 몇 번 있었다.

시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거의 석 달을

남편은 밤마다 몸부림치며 울었다.

그 당시 남편은 상처 입은 짐승 같았다.

피를 철철 흘리며 상처는 너무 아픈데

어찌할 바를 모르며 울부짖기만 하는...

100일쯤 지나니 통곡은 점점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남편은 밤이고 낮이고, 밥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 그는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는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시어머니와 깊은 추억이 깃든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새로운 동네,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면

남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그리고 이왕이면 자연이 어우러진 동네면 좋겠다는

막연한 느낌만을 가지고,

주말마다 남편과 외곽지역으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 실제로 주말마다 새로운 동네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이 루틴이 남편의 상실감과 우울감을 달래주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본인이 한참 뒤에 말해 주었다. )

직장과 너무 멀면 안 되니 차로 편도 2시간 이내의 지역으로 

범위를 좁혔다. ( 그때는 내가 정말 젊었나 보다. 

매일 4시간 출퇴근이라니... )

주로 강화, 파주, 일산, 남양주 등을 돌아보았다.

특히 강화는 섬을 한 바퀴 다 돌 정도로 다녀보았기에

나중에는 지명과 지도를 훤히 꿰뚫을 지경이 되었다.


강화에서는 매우 좋은 조건으로 땅과 집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 집이 안 팔리는 것을.

정확한 이유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당시는

정말 부동산 거래가 힘든 시기였다.

오히려 IMF 때에는 가격이 심하게 하락해서 그렇지

거래는 그런대로 되었는데 말이다.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지 않고서 주택을 장만할 만한 경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남편과 나는 전원생활을 포기했다.

이것이 남편과 나의 

첫 번째 전원주택 살기 프로젝트였고,

일단 실패로 끝났고,

나중에 집을 처분하고 다른 동네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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