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쿨렐레는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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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레슨을 그만둔 뒤로는 집에서 가끔 혼자 있을 때 악보를 보고 클라리넷 연주를 하곤 했다.
하지만 워킹맘이자 대학원 박사과정 중이었으며, 종갓집 외며느리이자 원가정에서는 아들 없는 장녀(대충 감이 오시죠? ^^)로서의 역할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리던 나에게 클라리넷은 자주 뒷전이 되었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먼지만 쌓이고 있는 클라리넷을 나는 악기상에서 중고로 처분했다. 그날 내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아무 기억이 없다. 병휴직 중 그렇게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었던 클라리넷과 그렇게 냉정하게 헤어졌을까? 아니겠지.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있었겠지. 아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보니 그때의 감정이 어찌 되었건 지금은 클라리넷에 아무 미련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조금 미안해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그렇게 나 자신이 슈퍼우먼인 줄 알고 살다가 급기야 브레이크가 걸리고 만다.
나는 여자에게만 있는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은 잘 끝났는지 모르겠지만(의사 선생님이 누누이 강조하신 부분이다.) 수술 후 신체의 기능회복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노력해도 체력이 바닥, 아니 지하 523미터(?) 아래에 있는 것 같은 나날이었다.
병가 후 복직을 해서 수업과 업무를 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멋 내는 것을 좋아해서 화장이며 스타일링을 매일 신경 써서 출근하던 나는, 세수만 간신히 하고 겨우겨우 시간에 맞추어 출근을 했고, 수업을 하러 교실 문 앞에 서 있을 때면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아침도 못 먹고 출근을 하는데 학교급식이 목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학생들 급식지도가 우선이었다. 퇴근 후 저녁은 건너뛰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또 아침이었다.
병원에서 상담을 했지만, 수술집도의는 내 고통의 호소를 이해하지 못했고 '수술은 잘 되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무슨 수를 내야 했다. 한의원도 다니고 다른 과 진료도 보고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내 일상은 무너졌다.
다시 병휴직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너무 달리던 사람은 멈추는 법을 잘 모른다. 몸이 절단 나는 상황이 되어도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빨리 추슬러서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다.
병휴직으로 쉬는 동안에도 나는 스스로 나를 괴롭혔다.
왜 이렇게 변변치 못 하냐고,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고, 정신력이 약한 문제라고.
쓰러져서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자신을 채찍으로 내리치고 또 치고...
지금 돌이켜보니 세상에서 나에게 제일 가혹한 사람이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병휴직 기간 중, 집에서 쉬면서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몸이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휴직이 거의 끝나 갈 즈음에 나는 우연히 들른 대형마트에서 우쿨렐레를 팔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이 나와 우쿨렐레의 첫 만남이었다.
작고 귀여운 우쿨렐레를 하나 사서 소중하게 어깨에 메고, 마침 그 마트의 문화센터 초급강좌에도 등록을 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확실히 컨디션이 회복되어 새로운 의욕이 생겼을까?
모르겠다. 나는 우쿨렐레 초급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열심히 뚱땅거리며 배웠다. 우쿨렐레는 첫 1시간만 배워도 동요정도는 연주하며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연주하며 노래를 하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기타와 다르게 현이 4줄이라 익히기도 쉽다. 작은 사이즈에 가벼워서 이동에 부담도 없다. 체력이 많이 약해진 나에게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다시 복직을 하고 방학 중 교사연수로 우쿨렐레 강좌를 신청해서 열심히 배워서 '우쿨렐레 1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나중에 퇴직 후 개인레슨도 해 보았고, 동호회에 가입해서 연주회도 여러 번 했다. 여타기관에서 초빙제의도 받고, 사례비도 받았으며, 방송국 촬영도 했으니 취미를 넘어서서 우쿨렐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대단했다.
여행을 가도 우쿨렐레는 꼭 가지고 다녔다. 우쿨렐레는 단짝 친구 같았다.

하지만 내가 제주로 이사를 하고 동호회 활동을 그만두면서 우쿨렐레와는 정말 서서히 관계가 소원해져 갔다.
동호회에서 회원들과 매주 한 번씩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고,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열고, 또 관객들 앞에서 연주회를 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하던 때와는 달리 혼자서는 애정도 열정도 지속하기 힘들었다.
양평에서 살고 있는 지금, 나는 두 개의 우쿨렐레를 아직 가지고 있다. 하나는 High G 용, 다른 하나는 Low G 용이다. 가끔씩 혼자서 연주를 해보면, 실력이 점점 퇴보하는 것을 느낀다. 새로운 동호회를 찾아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지만 아직 의욕이나 용기가 선뜻 나질 않는다.
그러다가 평소 첼로음악을 좋아했던 나는 무모하게도(?) 첼로레슨을 시작해서 악기까지 구입했다.

앞으로 첼로와의 인연은 어떻게 될지 어디 한번 가 봅시다!
*** 예전만 못 해서 그렇지 우쿨렐레는 여전히 내 친구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