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 작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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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자뷔
오늘은 예약손님이 없어서
조금은, 아니 많이 느긋하게 책방에 앉아 있다.
가만히 정원과 나무의 초록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전면은 초록의 풍경,
양 옆면과 뒷면은 그림책으로 병풍을 이루어,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록과
책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고양이 그레와 각양 새소리들과 함께.
"천국인가?"
가만있어보자!
이거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난 어린 시절,
좋아하는 책을 삥 둘러서 성을 쌓고
그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내 동생과 친구들은
저만치 떨어져서
인형놀이를 했다.
종이인형, 마론인형 등등
왠지 어린 시절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행.복.하.다.
2. 작은 소동
예약손님도 없겠다,
점심을 먹으러 국수역 인근 브런치카페로 나선다.
'걸으면 보이는 것이 참 많다.'
이웃집 정원에 핀 예쁜 꽃들.
저 굴다리는 첨에 보았을 때는
많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조금 적응되었다.
굴다리를 지나면 국수역이 나온다.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동네 분위기이다.
아기 옥수수도 자라고 있고
감자, 고구마도 성장 중이다.
설렁탕 집 앞에 핀 작약이라!
캬~하!!!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해서
빵 몇 개와 케이크 한 조각 사서 책방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국수교회에서 바자회를 한다.
들어가 볼까?
저렴하고 맘에 드는 옷이 있어서
몇 벌 샀다.
여기까지는 참 여유로웠다.
집에 더 이상 안 입는
비싸게 주고 샀던 정장들을 기부하겠다
약속하고 나오는데
책방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좀 전에 들렀던 카페에서
내가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
사장님 어머니께서 직접 책방으로 가지고 오셨는데
내가 없어서 전화를 하셨다고...
엥?
두고 갈 물건이 없는데...
혹시 나의 오지랖???
날은 습하고 더운데
책방에서 기다리실 분을 생각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간다.
한 손에는 빵 봉지,
한 손에는 바자회에서 산 옷 봉지.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책방에 도착해 보니
카페 사장님의 어머니가 정원에 계신다.
사건의 전모는 이랬다.
빵을 사면서
젊은 사장님과 그녀의 어머님과
빵이 맛있다는 얘기,
나는 잠시, 책방지기라는 얘기,
책방에 대한 브리핑 및 홍보(?)를 하면서
셋이 수다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케이크 한 조각을 안 주셨는데
나도 안 받은 줄도 모르고
카페를 나왔던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사장님이...
그 뒷 이야기는...
날도 더운데
정원 땡볕아래서 기다리시고 계시는
어머니께 시원한 물 한잔을 대접하고
서로 미안해하며 감사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잠깐의 스몰 토크 속에서
그녀가 네 딸의 엄마라는 것,
카페를 하는 딸은 둘째,
양평읍에는 헤어숍을 하는
막내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책방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신다는 것.
나중에 따님들과 책방에 방문하시겠다고 하고,
따님과 교대할 시간이라며
급하게 떠나셨다.
다음에는 책방손님으로 만나요~^^
작은 해프닝이 이어 준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
감사합니다!
이렇게 잠시, 책방지기 4일 차도 끝.
다음 편,
잠시, 책방지기 5일 차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