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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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방 예약이 10시, 1시, 4시 모두 찼다.
어젯밤, 괜스레 잠이 오질 않아서
책방 바닥을 물걸레 청소포로 닦고,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독서 블로그도 정리하고...
잠은 2, 3시간 정도.
그것도 얕은 잠을 자다 깨다 했더니 아침에 피곤하다.
오늘 날씨가 덥다고 하더니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다.
더운 날 오실 손님들을 위해
에어컨 시험 운행을 해보고,
시설물 정리정돈 다시 한번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결도를 확인한다.
오전 9시,
국수역 인근 카페에 가서
나의 피곤함을 씻어 줄 카페라테와
첫 손님을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책방으로 온다.
왠지 첫 손님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드실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리고, 책방지기 외모 체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첫 손님은 11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여자분 혼자 오셨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찬 물부터 찾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신다.
다행이다.
간단한 간식도 같이 곁들인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행복하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하시니
책방지기 마음이 뿌듯하다.
날이 너무 더워서
국수역까지 차로 모셔다 드린다.
차로는 5분이 안 되지만
걸어서는 15분은 족히 걸리니
그늘도 없는 땡볕은 무리일 것 같다.
1시 타임과 4시 타임은 내가 책방지기 하는 것을 아는
가족과 지인분이 예약한 것이라
마음이 조금 편하다.
4시 손님은 동네 편의점 사장님이다.
실은 우리 동네도 아니다.
우리 집에서는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강 건너 시골동네에 있는 편의점이다.
우연히 물을 사기 위해 들렀다가
푸들 강아지가 나와서 멍멍 짖어서 놀라고,
밖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가 막힌 남한강 뷰에 한번 더 놀랐다.
'이 정도의 강뷰이면 카페자리인데, 편의점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상 좋고 흰머리가 매력적인 초로의 여자분이
저 귀여운 푸들 강아지와 이렇게 아름다운 강뷰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니,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편의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내가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 녀석의 이름은 멍구인데, 잘 짖어서 멍구인 줄 알았다.
사장님 말씀이 그건 아니고 데려 올 때 이름표에 멍구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편의점 사장님은 서종면에 있는 본인 소유의 땅에서
유기견을 20마리 넘게 돌보셨는데, 멍구가 마지막 아이라고 했다.
조금은 사납게 멍멍 잘 짖기는 하지만,
독특한 매력의 이 아이에게 빠져서
한 번씩 별로 필요한 것도 없는데 편의점에 들렀다.
그리고 타 지역에 사는 지인들이 놀러 오면
한강라면을 먹자고 해서(실은 나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러 멀리 있는 이 편의점에 가곤 했다.
순전히 멍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강뷰가 멋있다는 감언이설에 모르는 척 따라가 준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마음씨 좋은 편의점 사장님은 내가 잠시, 책방지기를 할 거라는 말을 듣고는
일부러 책방에 찾아와 주신 거다.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그 마음씀이 정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갑자기 너무 더워진 날씨에
꽃과 풀들이 시들시들 해져있다.
급하게 물을 뿌려주니 잠시 후 다시 생기가 돈다.
그런데 호스를 풀기는 했는데
감을 줄을 모르겠다.
내일은 책방지기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책방 정리정돈을 위해
책방, 하루 쉬어 갑니다~~^^
잠시, 책방지기 5일 차, 끝.
강뷰가 좋던 그 편의점은 며칠 전 폐업을 했다.
본사에서 결정한 일이라 사장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제 멍구를 만나러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과자, 빵, 라면 등을 사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가끔은 데리고 나가서 산책도 같이 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너무 아.쉽.다.
다음 편은
잠시, 책방지기 마지막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