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감나무집 할머니'의 일기

20년 뒤의 나는?

by 엉클써니

2045년의 가을, 양평의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고 포근하다. 70대 후반으로 향해 가는 그녀는 잔디 마당의 테이블에 앉아서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고 있다. 옆에는 은빛 털을 가진 '테히'의 손녀 격인 실버 푸들 '소미'가 발치에 기대어 노곤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창밖으로는 수십 년 전, “자연인”이라는 꿈을 안고 처음 심었던 감나무들에서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감나무집 할머니'라고 부른다.


할머니의 아침은 서두름 없이 고요하게 시작된다. 직접 내린 드립 커피의 향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이 온 집안을 감싸 흐른다. 과일과 야채샐러드, 계란과 작은 빵 한 조각으로 간소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녀는 서두름 없이 여유로운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다. 아침식사 후에는 책을 읽는다. 세간에서 유행하는 책들도 간간히 훑어보고는 하지만, 주로 고전과 철학 서적에 깊이 몰두하며, 그 안에서 파생되는 사유의 가지를 뻗어나간다. 서재 한쪽 가득 쌓인 책들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그녀의 깊어진 내면을 대변하는 숲과 같다. 오전에는 블로그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린다. 지난 20년간 쌓인 이야기들은 이제 책 몇 권으로 묶여 나왔고, 그녀의 글을 통해 위로와 영감을 얻는 독자들과 소통을 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소미와 함께 남한강변을 산책한다. 때로는 전기 자전거에 소미를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보기도 한다. 10여 년 전에는 그토록 꿈꾸던 '스키니 가죽바지'를 입고 스쿠터를 몰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편안한 활동복 차림에 전기자전거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주 2회 필라테스 수업은 놓치는 법이 없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삶의 철학은 칠순이 넘어서도 변치 않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테히와 나.png 뤼튼 이미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그녀만의 '평화로운 키오스크'는 빛을 발한다. '자연 품 은퇴 디자이너'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이제 '숲 속 어른학교'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어, 시니어 세대의 제2의 삶을 디자인하는 명소가 되었다. 매주 그녀의 집 마당과 작은 강의실에서는 은퇴자들이 모여 그림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여전히 학습자이자 교육자이며,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기쁨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다. 은퇴자들이 모여서 그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삶의 지혜와 경험을 서로 나누고,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는 실천을 함께 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던 친구는 이제 양평에서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그 친구의 딸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일 년에 한 번은 양평에서 함께 모여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의 관계가 가장 풍요롭다. 일찍이 독립한 아들은 든든한 조력자이자 함께 삶을 즐기는 친구가 되었다. 이제 남편과 함께 마당에서 캠핑을 즐기고, 소미의 미용과 훈련은 할머니의 새로운 취미이자 소일거리다. 마당 있는 이 집에 처음 이사 와서, 부모님과 함께 한 달간 지내며 시간을 보냈던 따뜻한 기억은 사진첩 속에 고이 간직되어 그녀의 마음을 채웠다. 네 자매는 이제 매년 정기적으로 국내외 여행을 함께하며, 때로는 그녀의 '감나무집 할머니' 책방에 모여 옛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변치 않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해 질 녘, 그녀는 작은 연못가에 앉아 ‘멍 때리기’ 명상에 잠긴다. 20년 전 제주 바다에서 느끼던 평온함이 이제는 이 작은 연못에서도 충분히 전해진다. 그녀는 더 이상 거창한 목표에 쫓기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과정과 경험,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하며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음미한다. '욕심을 내지 않고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 이러한 삶이 그녀가 꿈꾸던 가장 큰 보물이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그녀의 삶은 한 조각 한 조각마다 예상치 못한 맛과 깊은 풍미를 지닌 초콜릿 상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달콤함과 쌉쌀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오늘을 살아내고 또 내일을 기대하는 진정한 행복인이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고, 그 빛은 감나무 담장을 넘어 마을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듯하다.






위의 이야기는 내가 직접 쓴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뤼튼'에 입력하고 20년 뒤의 나의 모습을 에세이 형태로 써 달라고 요청한 뒤 나온 결과물을 재수정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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