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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Sep 03. 2022

애착 베개

조금이라도 안심이 된다면...

나에게는 애착 베개가 있다.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베개 네 귀퉁이도 모두 헤진 상태이다.


처음부터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다.


높은 베개는 목이 아팠기에 늘상 어린이용 베개를 사용했었다.

그날도 매장에서 어린이용 베개 코너를 서성였다.

이 녀석이 딱이었다.

부드러운 재질에 길쭉한 몸통,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높이.

단숨에 결정을 내리고 결재를 했다.


이 아이와 수년을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아이와 헤어질 결심이 서질 않았다.


한 달여를 고민하다가

집에 사 두었던 천을 손바느질해서

커버를 만들고

이 아이를 통째로 넣어 버렸다.


헤어지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다.


이전 베개를 그냥 안에 숨겨 놓은 상태이다.^^


누군가에게는 소울푸드가 있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애정이 담긴 사물이나 사람, 장소, 색, 냄새, 이미지 등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나는 왜 이 베개에 마음이 꽂힌 것일까?

부드러운 촉감?

안고 있으면 무언가 안심이 되는 포근한 기분?


잘은 모르겠지만

이 아이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


아직은 헤어질 때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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