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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Sep 03. 2022

태풍의 기억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위협적인 기세에 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그해 제주에서 내가 만난 태풍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2020년 8월 말부터 9월까지 제주를 찾아온 태풍은 모두 셋.

제8호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 까지.


그 당시의 일기를 토대로 태풍의 기억을 불러내 보자.




2020. 8. 27. 0:55


6월 초, 

제주로 이사하자마자 시작된 장마.

역대급으로 긴 장마는

곰팡이와  비염, 

그리고

두 대의 제습기를 남겼다.

또 나에게 대상포진도

살짝 얹어주었다.


태풍 바비는 

베란다 환기구를 통해 

엄청난 양의 빗물을 유입시켜 주었고

베란다에 있던 물건들은 수해를 입었다.

(환기구의 존재를 몰라서 

구멍을 열어 둔 채로 

태풍을 맞았다.)

지금 두 대의 제습기가

베란다에서

열 일 중이다.



나는 아직도

대상포진과 대치중이다.

다음 주면 

작년에 대상포진 걸린 이후

일 년이 되는 시점이라

예방접종을 맞으려 했는데

이제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네.



그리고

나 많이 외로웠나 보다.

태풍 피해 없냐며

육지의 지인들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던 오늘 하루.


왠지 

이 태풍이 싫지만은 않은

나를 발견하며


'미.쳤.어!'




2020. 9. 2. 23:06


안전하게

살아만 있어주세요.


그대도

나도.


22020. 9. 6. 18:200. 9. 6. 18:20

* 이때 난 무지하게 겁을 먹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태풍 마이삭 때는 베란다 창문이 미친 듯이 흔들렸고,

밤새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귀신 울음소리가 창문 밖에서 울려 퍼졌다.

물론 바람소리였겠지만...

육지에서 태풍을 맞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었다.

밤새 잠을 설쳤으니...



2020. 9. 6. 18:20


예상보다 순하게 지나갔지만

우리 집 베란다에 물난리를 안겨준 바비,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며

밤새 불안에 떨게 만든 마이삭.


다음날 

도로에는 쓰러진 나무며

심지어 바위도 날아옴.


신호등이나 도로표지판,

간판 등이 부서지거나 휘어진 것은

다반사...


그런데


하이선이 온다니...




아직은 날씨가 괜찮아서

밥환 포구에 갔더니

태풍 바비 때부터 세워진

KBS  중계차량은 

오늘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법환포구는 태풍 관련 뉴스 단골 전달 지역)


사람들이 많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법환포구에서 사진 찍는 것은 포기.


가장 파도가 높게 치는 장소 앞에는 구경 나온 인파가 

붐비고 있었다.


평소보다 해안가에 차량통행도 많아서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태풍 직전에는

해안가에 높이 치는 파도를 구경하기 위해

인파가 몰려서

오히려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요번에 알게 되었다.

(태풍전후로 너울성 파도의 위험이 있어서

사실상 이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한다.)


시시각각 전달되는 안전 안내 문자


제발

큰 피해 없기를...





수도권에 거주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태풍의 위력에,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한 존재임을 실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제주 서귀포의 긴 장마와 태풍을 지나면서

거의 모든 옷은 곰팡이가 점령했으며,

집안 곳곳, 가구며 가재도구에도 곰팡이가 득실득실했던

무서운? 기억이 있다.


섬에는 제습기가 필수!!!




* 사진은 태풍 전야에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에서 찍은 천지연폭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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