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클써니 Sep 14. 2022

가을앓이

시의 발견


나는 날씨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특히 요즘같이 계절이 변화하는 시점에서는 신체적, 정서적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지난여름은 뜨거웠다.

물론 여름은 더운 계절이기도 하지만, 

심정적으로 매우 열정적인 하루하루를 살아냈다고 기억한다.

브런치 작가 도전도 그러하다.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자꾸만 끄달려질 때마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또한 안테나가 자꾸만 밖으로 쏠릴 때,

혼자 버려져서 배회하고 있을 것만 같은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도

글쓰기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면서

갑자기 낯선 길 위에서 헤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발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자리였다.


나는 자주 길을 잃는다.


그러는 와중

시 하나를 발견했다.


시인 김사인 님의 '조용한 일'을 필사해 보았다.


이 시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초가을의 문턱에서, 

이제는 전력질주를 멈추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라.

조금은 바랜 햇빛, 그에 빛나는 들판 

그리고 가을 냄새가 묻어 나는 선선한 바람을 느껴보라.


솔직히 평소에, 

시는 난해하다거나 또는 지극히 감상적이다 

라는 생각을 조금은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시를 좀 읽고 써보아야겠다.


길게만 느껴졌던 열정적인 여름이 지나고

살갗도 마음도 스산해지는 가을, 겨울로 향해 가고 있는 요즈음,

시를 읽고 따라 쓰며 심장을 덥혀보려고 한다.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로 잠 못 이루던 열대야의 기억도

이젠 정말 안녕.






찬찬히 살펴보니

시는 철학이자 트렌드이며 우리들 사는 이야기이다.

또한 부드러운 우유 크림이자 쌉쌀하고도 진한 커피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들기의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