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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랑 Mar 04. 2024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어느 일요일 잠들기 직전 쓴 글입니다.


주말인데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알람은 9시에 맞춰두고 잤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결국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이것도 꼭 일어나야 해서 일어난 것은 아니고 배가 고파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겨우 침대 밖으로 나왔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니 또 졸렸다.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가 넘어 있었다. 몰려드는 잠을 좀 깨울 참으로 휴대폰을 잡았다. 이게 화근이었다. 유튜브를 들어갔다가 또 한참, 인스타에 들어갔다가 또 한참. 잠이 깨기는커녕 점점 뇌는 도파민에 절여져 가며 오히려 몽롱해졌다. 그렇게 또 낮잠 명목으로 더 잤다.


평일에 회사에 있을 때는 정말 주말만 되면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최근 하기로 마음먹은 인스타그램 취미 계정에 그동안의 피드를 업로드하고 싶었고 아님 하루종일 이불속에 파묻혀서 사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내내 읽고 싶었다.


한참을 모로 누워 슉슉 영상만 넘기고 있으니 이게 뭐 하고 있는 짓인가 싶었다. 뭐긴 뭐야, 흔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범한 주말이지. 씁쓸함과 함께. 괜히 마음의 부채만 쌓였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번 연휴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다.

삼일절에는 남자친구 친구들도 만나고 클라이밍화 구경도 가고 서순라길에 있는 마음에 쏙 드는 카페도 발견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작정하고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 가서 블로그 글도 쓰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릴 피드와 영상을 만들었다. 오후 1시부터 집에 온 이후 잠들기 전까지도 그 생각뿐이었다. 아직 서툴러 딱히 반응이 있지는 않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오늘의 나태함은 지난날 열정에 대한 방증이다. 그래, 이렇게 생각할래.

우리 모두 그러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받는 줄도 모르고 어쩌면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조금씩 지쳐가는 하루하루를 외면했다. 결국 한계에 이르러서도 마음의 부채를 느낀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 왜 이렇게 약하지. 대한민국 국민이 으레 가지는 생산성 강박*이 우리를 다그친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조금 쉬어가도 된다. 그러니 오늘 쉰 것도 참 잘했다.

하지만 잊지 말 것이 있다. 바로 '꾸준히'. 그만두지만 않으면 된다. 늘 꾸준히가 이기니까.

조바심 내지 말고 본인의 페이스로 진득하게 나아가는 자세.


우리의 인생은 길고 우린 그걸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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