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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랑 Mar 09. 2024

한여름 바다를 품은 타투

여름이 좋아서 꼭꼭 담아두었어요

비밀인데 나에게는 언제든 나를 여름으로 데려가주는 타임머신이 있다. 바로 오른쪽 팔뚝에 있는 이 타투다. 여름이 좋은 나머지 이렇게 꼭꼭 담아두었다. 보는 사람마다 정말 잘 어울린다고 귀엽다고 칭찬해 준다. 그럴 때마다 '그쵸? 너무 귀엽죠? 저랑 찰떡이죠?' 하며 부정하지 않는다. 애칭은 귀요미 여름타투다.


타투를 하게 된 계기는 '좋은걸 볼 때마다 보니까 더 좋아서'. 이것 말고도 다른 타투가 하나 더 있다. 'Shine bright'. 왼쪽 팔뚝 안쪽 여린 살 부분에 있는 이 타투를 여름 타투보다 먼저 했다. 학창 시절부터 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좌우명과도 같은 이 문구를 기꺼이 몸에 새겼다. 이두를 강조할 때 하는 그 자세로 타투를 바라보고 있자면 없던 힘도 샘솟고 내면의 빛이 은은하게 발하는 것이 느껴진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아무래도 한번 하고 나면 평생 가져갈 각오로 해야 하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무려 2년 고민 끝에 한 첫 타투는 예상보다 더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2번째는 어떤 도안으로 할까 하다가 '청춘'을 키워드로 잡았다. 당시 20대 후반으로 곧 앞자리가 바뀐다는 사실에 때때로 울적해지곤 했다. (지금은 도대체 왜 그랬나 싶다.) 처음엔 아주 직설적으로 'YOUTH'라고 새길까 하다가 나중에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생각을 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계절 여름! SUMMER!

최애 계절이 여름이라고 하면 다들 의아해하면서 이유를 묻곤 한다. 대답은 아래와 같다.


1. 녹음이 우거지고 푸릇푸릇해서 좋아요!

2. 햇빛이 쨍한 게 꼭 비타민을 받는 것 같아 좋아요!

3. 더워서 땀이 스윽 나면서 피가 끓는 느낌이 좋아요!


푸릇푸릇한 녹음, 노오란 햇빛 비타민, 피 끓는 에너지. 이게 청춘이 아니면 무엇이람. 여름이 떠오르니 단박에 이거다 싶어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곧장 도안을 구상하며 더욱 특별하게 컬러 타투로 진행했다. 그렇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선 초록 야자수와 푸른 파도가 내 몸에 담겼다. 


하물며 잠깐 좋아하는 음식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데,

좋아하는 계절을 평생 간직하는 경험은 얼마나 벅찬 행복인가. 


사회적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진 않다 보니 두 개 모두 필요할 때에는 반팔에도 쏙 가려지는 절묘한 위치에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는 것 같아 은근 스릴 있다. 그리고 다 보여주면 재미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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