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온 날

by 경완

20살 갓 넘은 가냘픈 몸, 여린 마음으로

추운 겨울바람에 맞서듯

따뜻하게 품은 나를

끝내 춥지 않은 세상으로

나오게 한 사람


당신이 가진 뜨겁고 따뜻한 것을

모두 나에게 내어주고

당신은 얼마나 시린 몸을 떨었을까?


작은 몸으로 세상 큰 품을 만들어

작디작은 나를 안고

까만 내 두 눈을 보며

얼마나 시린 눈물로 당신의 얼굴을 적셨을까?


이렇게 코 끝이 시린 오늘,

내 코 끝이 얼지 않는 건

그때 당신이 흘린 눈물이

아직 내 심장에서 멈추지 않고 흘러

나에게 맺혀서 일거다.


이렇게 온 세상이 꽁꽁 얼어버린 오늘,

내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건

그때 당신의 수만 번의 입김과 손길을

아직 내 심장이 기억하기 때문일 거다.


하필 오늘에서야 내가 당신 몸에 들었을 한기가

더 애달프게 느껴지는 건

1월의 겨울 추위 때문이 아니라,

점차 식어가는 나의 온기와

점차 희미해져 가는 나의 추억 때문이리라.


지나온 47년의 겨울은 그래도 견딜만했지만,

앞으로 나에게 남은 겨울을

또 얼마나 온몸을 떨며 웅크리고 있어야 할까


하지만 오늘, 오늘만큼은

47년 전의 오늘처럼,

당신의 온기로 꽁꽁 싸매졌던 그날,

그 뜨거웠던 당신의 심장으로

내 하루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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