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어른 김장하'

김장하 정신

by 경완

영화는 김장하 독지가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김주완 기자가 집요하게 그가 일평생 해온선행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그는 좀 더 평등하고 청렴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 동안 조용히 선행을 실천한 사람이다. 그의 선행은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시대속 어떤 유혹과 풍파에도 올곧은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을 떠올리게 한다.그리고 어른들의 어른,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장하 독지가는 19세에 경남 진주에 한약방 '남성당'을 운영하며 가난하고 아픈 서민들에게 값싼 약을 공급해 주었다. 그는 자신이 아프고 약한 사람들의 돈으로 자신의 부를 쌓는 것이 부끄럽다는 듯, 자신의 재원을 어려운 서민, 약자들에게 환원하며 살아왔다.

그는 자수성가한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뜻이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가난으로 학업의 뜻을 이루지 못해서 학교를 설립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했다. 그가 세운 명신고 교내 곳곳에는 '명덕신민' 문구가 있다. '명덕신민'은 '자기의 착한 본성을 밝혀서 세상을 새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그 장학금 제도의 혜택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이 전 헌법 재판관 '문형배'이다. 그는 2019년 인사 청문회에서 김장하 독지가를 언급하였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김장하 선생을 뵈었고 선생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고 한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문형배는 이 말이 자신의 인생철학이 되어 항상 평균 이상의 부를 축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부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잡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개인적 욕망에 사로 잡히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의 부를 나누고 불평등과 불형평성에 저항하면서 살았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하지만 그가 뿌린 선행의 씨앗이 대풍년을 이룬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보람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의 마음속엔 선한 신성이 있다. 그는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평범한 서민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왔다. 그는 부자지만 가진 것이 없다. 그의 말은 간결하고 짧지만깊은 진리와 올곧은 정의를 갖고있다.나는 그와 같은 사람이야 말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인류애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기득권에 대한 비판의식과 정의 구현을 위한 형평성 운동을 좌파 편향으로 본다면 이것이야말로 사회와 국가를 해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비판의식이나 저항의식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맞고 틀리다는 식의 흑백논리나 이분법으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며 그것들은 때론 분리된 채, 또 때론 통합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때, 서로 진정으로 통합될 수 있다. 또한, 현 사회의 한계를 인식하고 약자들을 향한 배려가 이뤄질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 사람을 향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으로 인간 정신을 이어가고 지키려는 마음이 중요하다.자신의 편협한 시각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습성을 지양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균형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가 힘 있는 사회이다. 그 힘은 사람들을 통합시키고 공통된 목적을 지향하게 한다. 그 공통의 목적은 개인 자신만의 이익에 사로잡혀 타인을 짓밟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사회에 모든 것을 내어주는 김장하 선생의 행동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본보기를 제시한다. 한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이 얼마나 파급력이 크고 위대한 지를 보여준다.'김장하 정신'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계속 이어지고 본받아야 할 사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다큐를 보고 그의 정신을 기억하길 바래본다.


김장하 선생에게 빨갱이라고 욕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김장하 씨, 내가 누군지 알아요?


"잘 모르겠는데.."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하지 마세요. 민족문제연구소 뭐 하는 덴데! 무식하면 공부를 하던가, 어? 돈 있다고 말이야 돈지랄하고 다녀? 진주에 얼마나 훌륭한 인물이 많은데. 당신 같은 빨갱이들이 설치는 세상을 만들었어, 왜?"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어이 김장하 씨, 엄한 소리 하지 말고 국가에 반성하라고 반성문 써서 제출해, 어? 반성문 써서 제출하라고 빨갱이 짓해서 미안하다고."


"전화 끊어요."


통화를 마친 후 그는 담담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많이 들었어, 나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결과는 봐 보면 알잖아요."


"결과는 뭐였습니까?"


"그러니까 세월이 증명해 주는 거라고, 그냥.

그걸 다 증명하려고, 변명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화를 낼 필요도 없었고. 묵묵히 참고 견디는 거죠."


깜짝 생일 파티에서 그가 한 말

"생일이라고 말씀드리고 보니까 76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습니다. 여태까지 살아온 것만 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해 왔습니다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은 정말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거를 바란 거는 아니었어.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진주신문〉 창간 정신을 이어 주지 못하고 지켜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거야. 사회가 좀 겁을 내는 게 있어야 되는데 겁내는 데가 없이 설치면 사회가 몰락하거든."


"돈이라는 게 똥 하고 똑같아서 모아 놓으면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 밭에 골고루 뿌려 놓으면 좋은 거름이 된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하지도 나무라지도 말고, 그냥 바라봐 주시길."

그리고 그는 산을 오를 땐 이렇게 말한다. "사부작사부작 앞으로 꼼지락꼼지락 뒤에서"

나는 그의 말이 이렇게 들린다. '나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나의 신념을 지키며 내 능력껏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다.' 라고.

그가 말했듯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시민들 덕택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몇몇 권력과 부를 지닌 기득권층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서로 돕고 의지하는 선민들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