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by 경완

화분 물구멍으로 삐져나온 뿌리를

나는 못 본 척 지나쳤다

어느샌가 그 많던 초록 잎들이 떨어지고

한 잎만 남았다


나는 죽어가는 것을 보듯

이 나무의 생도 끝나나 보다 했다

하지만 나무는 아주 오랫동안

그 마지막 잎을 품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나무는

나 또한 그것을 포기하지 않게 했다


생명줄 같은 남은 잎의 반대방향으로 눕혀

실타래처럼 엉켜

옥죄던 죽은 뿌리들을 싹둑 잘라 솎아냈다


맑은 물과 고운 흙으로 덮어주며

주문처럼 읊조렸다

끝까지 견뎌내, 살아야 해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나무는 연둣빛 새 잎을 내며 웃는 듯 인사했다

저 좀 봐주세요


잘라 낸 뿌리의 상처에 새롭게 하얀 살을 내고

길고 긴 고통을 견뎌내 끝내 살아났다


마지막까지 남은 그 잎은

절망과 포기가 아닌

희망과 인내를 보여 준 것임을

저 작은 생명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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