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끝난 심리치료
이번 주도 계획표와 사고변화 기록지를 제출하였다.
사고변화 기록지에 기록한 건 딱 한 가지 정도밖에 없는 평화로운 한 주였다.
그러다 보니 오늘 상담 때 사고변화 기록지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추가로 새로 제출한 건 행동실험지정도.
1주일 동안 숙제를 하면서 의문이 생겼다.
내가 뭔가에 대한 걱정(worry)을 시작할 때면 "앗, 뭔가 다른 행동을 해야 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해" 하는 압박감이 생겼다. 그러면 걱정을 할 때마다 걱정이라는 감정을 죽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걱정은 나쁜 것이 되는 걸까? 걱정을 하는 것은 정상일 텐데.'
어느 정도가 정상인 거고, 어떤 걱정은 저렇게 스스로가 유도하며 피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걱정하는 것이 정상이며 걱정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나 같은 걱정이 타고나게 많은 사람들은 그 평균 수치보다 많은 걱정을 한다고 하셨다. 걱정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1) Hypothetical Worries 나머지는 (2) Practical Worries라고 하셨다.
(1) Hypothetical Worries (가상적/가설적 걱정)
가상적 걱정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다. 예시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거나 떠올리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것이 가상적 걱정이다.
(2) Practical Worry (실용적/실제적 걱정)
실용적 걱정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 관련된 걱정이다. 예를 들어 밑층 차고지에서 차 경적이 울린다면 "차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하는 것이 실용적 걱정의 예시이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다.
실용적 걱정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상적 걱정은 필요 없는 걱정이라 우리는 이 걱정을 하게 될 시에 내 시선을 돌리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하셨다.
걱정 나무는 걱정과 불안에 대한 버틀러와 호프 Butler and Hope's (1995)의 접근 방식에서 적응되었다. 불안장애의 치료에서 중요한 단계 중 일부를 개념화하고 이러한 것들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많은 불안장애 환자들은 복잡한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맞서야 할 때 분석 마비로 고통을 받는다. 걱정 나무에 서술된 체계적인 접근을 사용하여, 환자들은 직면하고 있는 걱정의 유형을 스스로 구별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반응과 행동으로 이러한 상황을 더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든다.
1. 걱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라
2. 이것이 실제적인 사건 (뭔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걱정) 인지, 아니면 가설적인 사건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는) 사건인지 확인하자
3. 행동과 대처가 가능하다면 즉시 일어날 수 있는지 (이럴 경우 즉시 행동해야 한다) 아니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지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자. (이 경우 구체적인 대체방안에 대해 계획을 하고 난 뒤, 걱정을 마무리하자)
4. 만약 가설적인 사건에 대한 걱정이라면, 걱정은 뒤로 하고 다른 곳에 집중하자.
가설적 걱정 시 내 시선을 분산시키 위해서 Grouding Exercise를 추천해 주셨다.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운동이며 5,4,3,2,1 테크닉을 사용한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보며,
5 Things you see / 5가지 보기 (see)
ex) 볼펜, 천장, 책상, 등등
4 Things you feel / 4가지 느끼기 (feel)
ex) 머리카락, 베개, 바닥 등등
3 Things you hear / 3가지 듣기 (hear)
ex) 나한테서 나는 소리 (배에서 나는 소리 등등), 내가 아닌 외부에서 나는 소리.
2 Things you smell / 2가지 냄새 맡기 (smell)
ex) 베개, 화장실 비누 등등
1 Thing you taste / 1가지 맛을 보기 (taste)
ex) 커피, 점심 샌드위치 등등
걱정시간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걱정시간은 실제로 상담을 받기 전에도 불안장애 증세가 심했을 때 혼자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가 발견했었다. 걱정시간과 걱정일기와 병행했었다. 그렇지만 치료사 없이 혼자서의 진행이라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상대가 없어서, 그저 조금 증세가 나아지는 정도에 그쳤었다.
걱정시간이란, 본인인이 정한 시간에 걱정을 몰아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걱정시간을 아침 8시에 15분만 하겠다고 정하면, 당일 아침 8시에 15분간 걱정을 열심히 하며 노트에 적어 놓은 후, 후에 일상 생활하며 떠오르는 걱정들은 그 노트에 추가만 해놓고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다음날 8시에 적어놓은 걱정들을 하는 것이다. 나의 걱정이는 8시에 출근해서 15분간 일하고 (Worry Time) 퇴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Worry free zone, Off-duty Time.) 그렇지만 걱정이 퇴근 후 출근 전까지 어떤 일을 줄지에 대해서 적어놓기만 하고 야근시키지 않는 것이 조건이다. (Postponing worry)
오늘은 이 정도의 이야기와 함께, 12주를 꽉 채우지 않고 곧 치료를 끝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불안도 많이 줄었기에 동의를 했고, 2주 뒤가 마지막 상담치료가 될 거 같다! 과거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는 따로 다시 신청을 해야 해서 이번처럼 반년이 걸려서야 상담을 받게 될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