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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북 Apr 14. 2021

잘 팔리는 콘텐츠와 안 팔리는 콘텐츠를 가르는 ‘이것’

<디테일 사전>

'봉테일'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별명입니다.
배경 연출을 할 때 사소한 소품 하나, 가구 배치까지 섬세하게 계획한다고 하죠. 



영화 <기생충>에서는, 주인공 기우(최우식)가 사는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반지하 집과
고급스럽고 쾌적한 연교(조여정)의 저택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연교의 저택에 지하실이 등장하는 씬입니다. 
이 지하실은 극의 반전이 시작되는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죠. 
반지하와 고급 저택, 그리고 지하실은 이 영화의 핵심적 장치로,
현실과 픽션을 잇는 이음매이자 이야기의 주제를 담은 '메타포(비유)'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야기의 배경 설정은 이야기의 리얼리티에 기여할 뿐 아니라 
캐릭터 간 갈등을 일으키는 강력한 매개가 되고,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한편 이야기 속 매력적인 배경은 그 배경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 세계의 창조자이자, 캐릭터의 조물주인 작가가  
인물이 움직이는 ‘배경’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배경이 화려하고 특별할 필요는 없지만,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에 특유의 분위기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독자들이 그 가상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유명한 작가와 감독이 배경을 만드는 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오감을 활용한 감각 디테일을 살리는 것입니다.

첫째, ‘풍경은 픽션에 생명을 불어넣는 디테일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바로 ‘독자가 보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상황입니다.
인물이 시선에서 보이는 것을 해석할 때는 독자는 인물의 느낌에 의존하게 됩니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풍경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면 같은 풍경도 다르게 느껴기게 됩니다.



둘째, ‘냄새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테일입니다.
우리의 뇌는 냄새를 감지하는 구간과 기억을 저장하도록 돕는 감각기관이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냄새는 감정에 호소하는 기억을 가장 강력하게 기억하게 만듭니다.
‘부모님과 놀러 간 유원지 속 달큼한 솜사탕의 냄새’
‘할머니 집에서만 맡을 수 있는 편안한 향기’
‘금요일 밤 만원 지하철에서 옆에 앉은 남자에게 베인 삼겹살 냄새’
등의 구체적인 묘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과 맞물려 인물에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셋째, ‘소리는 이야기의 세계 속 사실성을 불어넣는 디테일입니다.
인물이 사는 세계에 다양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독자는 배경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됩니다.
‘어두운 골목길에 뒤 쫓아오는 누군가의 발소리’
‘주말 아침 확성기를 타고 들리는 야채 장수의 목소리’
‘불길한 일이 있기 전 식탁에서 떨어져 깨지는 컵 소리’
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완화시켜 글의 밀도가 높입니다.





넷째, ‘은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이끄는 디테일입니다.
인물이 무엇을 먹는지, 어디서 먹는지, 무슨 이유로 먹는지 등은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친구의 집에서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고급 음식을 먹는 주인공과
대비되게 오래된 빌라에서 마른 반찬에 밥을 먹는 부모님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디테일을 인상적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촉감은 배경과 상호작용은 촉진하는 디테일입니다.
인물이 접촉하는 것들은 분위기를 강화하거나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 더 깊은 속내를 보여줍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주인공을 붙잡은 손의 느낌’
‘헤어지는 연인이 마지막으로 안는 포옹’
‘감기로 누워있는 주인공의 이마를 짚는 손’
을 통해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눈치채거나 인물의 이면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 평범한 배경은 없습니다.
인물이 있는 배경에 오감을 활용한 표현은 언제나 독자를 이야기의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쓰기 코치인 안젤라 애커만과 베카 푸글리시가 쓴 
<디테일 사전> 시골 편과 도시 편에 그 비법이 담겼습니다. 


100개의 시골 배경과 200개의 도시 배경을 총망라한 이 책에는 
농장, 풀밭, 버스, 골목 같은 흔한 장소부터 황무지, 열대우림, 난민 수용소처럼 
가보기 힘든 장소까지 오감으로 생생히 묘사할 방법들이 가득해, 
도시 속 현실에 있는 실재 장소를 선택할 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도 있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시골 배경의 묘사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싶은 창작자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 스치는 많은 풍경들은 이야기의 중요한 복선이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복선을 만드는 디테일의 차이를 만들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올릴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매달릴 수 있는 동아줄 같은 책이다.
온 세상 곳곳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그저 뒤적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친다.
- 곽재식 《한국 괴물 백과》 저자, 추천의 글 중에서 -


소설, 영화, 드라마, 웹툰, 웹 소설까지
창조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주세요!

창작자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 
‘이야기의 힘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디테일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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