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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북 Apr 14. 2021

<부부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유

<트라우마 사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


19일 방영된 8화는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현재 닐슨 코리아 조사 결과 콘텐츠 영향력 지수’ 1위라고 하는데요,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게 답답한 이 봄날, 밖에 있다가도 본방 사수를 위해 
TV 앞으로 달려가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기여하는 드라마네요)
 
누군가는 막장, 발암일 뿐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이런 몰입감이런 숨 가쁜 전개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드라마는 흔치 않습니다.
소재는 흔한데도 말이죠.


이미지 출처 : 부부의 세계


불륜과 배신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다뤄 뻔하고 진부할만 도 한데,
어떻게 이런 흡인력을 가진 걸까요?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북대 국문과 교수는 이 작품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갈등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다. "
(출처: 한국일보 2020.4.9. 기사 "불륜 드라마를 넘어 '부부의 세계' 심리 스릴러로 돌풍" 참조 ) 


이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겪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마치 소설처럼 깊이 파고듭니다. 주변 인물도 누구 하나 단순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주인공 지선우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과 얽히고설키는 관계, 그 사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감에 시청자는 홀린 듯 빠져드는 것이죠.


김치 싸대기를 때리는 1차원적 분노 폭발, 얼굴에 점을 찍고 ‘변신’해 펼치는 다소 유치한 복수와는 다르게,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막장 소재가 고차원적 심리 스릴러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이렇듯 <부부의 세계> 스토리의 최대 강점은 디테일한 캐릭터의 내면 묘사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더 깊게 집중하는 부분은 바로 캐릭터의 상처, 트라우마입니다.
 








미국 아마존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트라우마 사전은,
캐릭터의 내면을 깊고 파고드는 만큼 풍부하고 진실된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무방비 상태에서 작중 인물이 받은 잔인한 감정적 상처는 작가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고통이라고
강조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감정적 상처는 육체적 상처와 마찬가지로 캐릭터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상처는 캐릭터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세계관을 바꾸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캐릭터의 배경에 파고들어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그 트라우마의 그림자가 내면에 똬리를 틀고 앉아 캐릭터를 미래로나아가지 못하게 만들며 행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고 매혹적인 이야기로 독자나 시청자를 사로잡는 건 모든 스토리텔러의 꿈일 겁니다.
트라우마 사전은 캐릭터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 상처에 주목해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이라는 식탁에는 늘 네 명의 손님이 자리 잡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가
행동할 때 이 네 명이 제 자리에 앉아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요소를 <부부의 세계> 지선우(김희애)에 적용해보자면,
 


1. 깊은 열망과 절박함을 만들어 내는 결핍된 욕구(내적 동기):
매슬로의 욕구 단계 중 존중과 인정 욕구, 자아실현 욕구
2.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외적 동기) :
이태오(박해준)를 삶에서 도려내고 아들 준영이를 지켜야 한다.
3. 캐릭터의 목표를 방해하는 사람이나 힘(외적 갈등) :
이태오, 여다경(한소희)과 일으키는 갈등
4. 개인적 성장을 막고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두려움성격 결함(내적 갈등):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아들)을 빼앗길 것이다,
또 다시 배신당하고 혼자가 될 것이다 등.

이뿐 아니라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카테고리로 묶인 118가지(백팔번뇌에 열 가지가 더해진!)의 상처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예시가 사전 형식으로 나와 있는데요, 그 중 당연히 ‘배우자의 불륜’도 있습니다.


1. 배신 트라우마 - 가정 폭력, 따돌림, 파산, 부모의 두 집 살림, 실연 등 23개 
2. 범죄 트라우마 - 개인 정보 도난, 납치, 살인 목격, 스토킹, 폭행 등 10개
3. 사회적 실수와 부정의'- 가난, 강제 추방, 권력 남용, 짝사랑, 해고 등 15개 
4. 실패와 실수 - 공적인 실수, 낙제, 복역, 파산 선고 등 12개
5. 어린시절의 특정한 상처- 감정 표현이 억압된 가정에서 자라다, 부모가 과잉보호 하다 등 23개
6. 예기치 못한 불상사 -고문당하다, 부모가 이혼하다, 자녀가 사망하다 등 22개 
7. 장애와 미관 손상 - 만성 질환과 통증, 정신 질환, 학습 장애 등 13개


이야기를 쓰다가 ‘내 캐릭터가 이런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그에게 어떤 두려움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때 볼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 사전이죠.  



소설, 드라마, 영화, 웹툰, 웹소설, 게임 시나리오…, 어떤 이야기든 캐릭터를 창조하는 창작자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간의 심리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작가라면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도움이 될 참고서입니다.  미국 대학에서 예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강의에서 교재로 쓰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트라우마 사전의 저자들은 인간의 상처받은 감정을 다룰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감정적 상처가 된 사건을 한 번에 보여줄 때는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아주 개인적이거나 폭력적인 사건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가 높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유지하는 건 좋지만, 몇몇 장면에서 가해자 시점으로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우려를 샀습니다. 어떤 이유로도 약자가 피해를 입는 모습이 상업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점은 창작자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수칙이겠죠. 

이쯤 되면 우리를 웃고 울리는 작가분들, 지상의 조물주 역할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끼실 겁니다.
플롯 구성하랴 사건 챙기랴...그러다 보면 내 캐릭터가 어째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같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아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될 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고통이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예시를 풍부하게 담았다.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면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고통의 조합을 시도해 보시길.
-듀나, 영화평론가·작가 추천의 글 중 ”

 
 자신만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가려는 창작자라면,
'고통의 조합으로 탄생하는 이야기의 예술'을  트라우마 사전과 함께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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