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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북 Jun 03. 2021

광부들이 갱에서 본 '도깨비'는 무엇일까?

<원소의 이름>

'코발트블루' 색을 만든 '코발트'는 요즘의 기술로 나온 원소가 아닙니다.
코발트 광석은 고대부터 우수한 청색 재료로 인정받았고, 투탕카멘의 묘에서도 진청색의 유리 제품이 발굴되었는데요.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모자이크 타일들도 코발트가 들어있습니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 색을 즐겨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동양에서는 흔히 도자기에 청색을 낼 때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코발트'는 과연 어떻게 발견되었을까요?


15세기 말 무렵 광부들에게 '코발트'는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광부들도 코발트의 용도를 잘 몰랐기 때문에 코발트는 쓸모없는 광물로 여겨져 버려졌는데요.
엄밀히 말해 광부들은 코발트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어두 컴컴한 광산에서 코발트가 구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금속을 만들어내 광부들을 속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코발트에 포함된 비소 입자는 광부들의 건강을 해쳤습니다.

여기서 '코발트'의 이름이 만들어졌는데요.

'코발트'를 발견한 독일인들은 '검은 악마', '늙은 악마의 매춘부와 쭈그렁 할망구', '늙고 새카만 코벨'이라는 뜻의 '코볼트'라는 이름에서 '코발트'를 만들어 냈습니다.  독일어로 '악마'를 뜻하는 단어 '코볼트'를 통해 코발트가 광부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광석이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수백 년 전 광부 생활을 하는 광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 당시 갱에는 제대로 된 조명이나 환기 장치는 아예 없었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갱은 시도 때도 없이 무너져 광부들을 매장시켰는데요. 보이지 않는 증기에 중독되거나, 모여 있던 가연성 가스에 불이 붙어 일어난 폭발로 사람들은 종종 죽었습니다. 거기에 숨 막히는 열기와 일부 광물들의 독성과 부식성까지 감안해 본다면, 광부들은 갱으로 향하는 걸음이 지옥으로의 모험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런 땅속 구덩이 속에서 악마를 만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아그리콜라는 1530년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 <베르만 누스>에서 코발툼을 언급하면서 '특이한 부식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철저한 예방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작업자의 손과 발을 부식시킨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당시 광부들은 한동안 교회에서 예배를 할 때 하느님께 '광부들과 그들의 노동을 코볼트와 유령으로부터 지켜달라는 기도'를 포함시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림형제


그림 형제가 만든 동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 속 난쟁이는 광부들과 그들이 만난 작은 요정들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림 형제는 당시 다양한 민담을 수집한 것으로 유명한데, '코볼트 악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악마는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니켈'입니다

니켈

니켈은 미국의 5센트 동전으로도 부릅니다. 니켈은 잘 녹슬지 않고 내구성도 좋아 주화 재료로 널리 쓰입니다. 2차 대전 중에는 니켈이 귀해져 니켈 대신 은을 일부 넣은 주화가 발행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철 등의 금속 표면에 도금을 하거나 합금을 만들어 부식 방지의 목적으로 니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니켈을 처음 발견할 당시 니켈은 구리 광석을 닮아 광부들이 관심을 얻었지만 니켈에서는 어떤 금속도 추출할 수 없어 이들을 당황시켰습니다. 광부들은 도깨비(고블린)의 한 종류로 '니켈'이 광석에서 금속을 훔쳐 갔다고 이야기하면서 니켈을 '악마의 구리'라는 뜻으로 '쿱퍼니켈'이라 불렀습니다.
사실 니켈에서 구리가 전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악마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니켈이 구리가 들어 있지 않는 광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 많은 사람들에게 무섭거나 골칫거리였던 두 원소인 '코발트'와 '니켈'에는
원소를 발견할 당시의 사회 문화와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책 <원소의 이름> 속에는 118개의 원소들이 각각 어떻게 이름이 얻게 되었는지 말합니다.
수은, 철, 이리듐 등의 원소는 그리스 신화에서, 인과 나이터 등은 성경의 한 구절에서,
17세기 문학 속에서, 연금술을 다룬 책 속에서도 발견되는데요.

과학적이지 않은 시대에서 발견된 원소의 어원을 따라가는 일은
당시 사람들이 금속의 어떤 특성에 주목했는지,
어떤 일을 하던 사람들이 그 금속과 연관되었는지,
금속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찾아나가는 '시간 여행' 과도 같습니다.

지금 '원소의 시간 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펼쳐주세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소 이야기를 통해 신화와 전설의 세계가 현실의 과학까지 안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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