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개골의 자세
권선애
단단한 무릎 믿고 맞서다가 금이 가면
비굴을 앞에 두고 꿇어본 적 있었다
걸음은 바닥에 깔려 온종일 비가 왔다
가장 먼저 부딪혀 중심을 잃을 때는
먹구름 드리우는 아버지라는 호명만큼
깨지고 굽어진 채로 몸을 높게 세웠다
접히며 살아온 날 부러지기 싫어서
목발에 힘을 실어 지탱하는 젖은 시간
오늘도 구름 붙들고 남은 발에 힘을 준다
ㅡ<정음시조>2024년 6호
- 2021년 《중앙일보》중앙신춘시조상 등단, 2013년 《포엠포엠》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