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룡역
권선애
잘라낸 산허리를 친친 감은 개나리
수많은 발자국이 레일 따라 피는 걸까
멈춰 선 화물칸마다
산 하나씩 숨어 있다
석회석이 스며든 당신의 어깨 뒤로
무너진 웃음들이 하천으로 흘러갈 때
실려간 회색빛만큼
도시는 높아졌다
늘어진 고요 속에 백발이 되어가도
바람맞는 간이역은 노랗게 들떠있고
쌍룡은 긴 몸을 풀어
호시절을 감싼다
ㅡ《나래시조》202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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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