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류
권선애
물결이 눕고 싶어 제자리를 맴도는지
소용없는 날들처럼 파고드는 푸른 방
떠돌던 내 아버지도
수심이 깊어졌다
얼굴색이 흔들려 유속은 빨라지고
휘도는 시간 앞에 얇은 귀가 젖을 때는
부도를 돌려 막느라
방향을 잃어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멀쩡했던 집 한 채
말없이 빨려 들어간 내 어릴 적 소용돌이
변명은 가벼워진 채
입만 둥둥 떠올랐다
ㅡ연간《정음시조》2025년 제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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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