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는 더할 나위 없이
권선애
신발을 힘껏 던져 구름 위에 올리면
바닥을 지킨 날들 풍선만큼 가벼워져
뒤통수 안부를 잊고
번개탄을 껴안는 밤
펑 하고 터질까 봐 오늘을 깨워 봐도
아직은 꿈속이에요
아침을 거절해요
발자국 저 혼자 남아 공중을 빙빙 돈다
이름값에 숨 막혀 물어뜯은 손톱 끝
막다른 잠에 몰려 번쩍하는 일도 없이
낙서는 기분을 풀어
혼잣말을 지운다
지하방에 숨겨 놓은 하나뿐인 날개 믿고
더 높이 올라가서 더할 나위 없는 얼굴
웃음은 비처럼 내려
골목이 환해진다
ㅡ《表現》202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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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