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무덤
권선애
내일은 밥그릇에 하얀 말을 담겠소
오늘은 국그릇에 검은 말을 담았소
흑과 백 숨죽여 놔도 살아서 뛰어가오
한순간에 흩어져 삼킬 수가 없었소
내 말 네 말 뒤엉켜 주변을 떠돌았소
매일 밤 말굽의 소리 바닥에 쏟아지오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의 채찍 휘두르오
뒷발질에 차이면 거품 물고 달아나오
큰소리 한 끼니 안에 후회로 담겨 있소
외침은 날카로워 발 없이 도망가오
갈기 풀어 달리는 말고삐를 당겨보오
내 말(言)들 비수가 되어 내 그릇에 갇혔소
ㅡ《시조21》202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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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2013년 《포엠포엠》 시 등단, 2021년 《중앙일보》 중앙신춘시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