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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꿈쟁이 Dec 24. 2024

감기가 가져다준 감사

감기 덕분에 목소리에 감사를 느끼다.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9일째 감기약을 먹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기가 제 옆에서 친한 척을 하며 머물고 있습니다.


저는 백혈구 수치가 낮아 면역력이 약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기도 잘 걸리지만 한 번 걸리면

오래가서 아주 힘이 듭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이번 겨울 역시 감기를 피해 갈 수는 없나

봅니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면 어느 정도는 호전의 기미가 있어야 하는데 왜 이리 저에게 딱 붙어서

친한 척을 하는지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예방접종 덕분인지 독감은 아니라고 하지만 목이 부어서 이번 감기는 말을 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나고 제가 하려는 말은 이상한 외계어처럼 갈라져서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답답함을 처음으로 경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대화가 되지 않으니 일을 할 때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나는 분명한 의사전달을  해야 하는데 문자로 보내기에는 턱없이 표현력이 부족해짐을 느낍니다


아이들과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기 귀찮을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몸이 아프거나 감기가 심한 날은  정말 질문이 없는 조용한 나라로 뿅 하고 사라졌다 돌아오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나의 하루 중 온전하게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아봤으면 하는 이상한 바람을 가졌던 적도 있었지요.

평소 일을 할 때 활달함을 제외하고는 내성적인 성향이라 말을 아주 많이 하는 편도 아닌데 나의 의사를 전달

할 수 없게 되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며칠 동안은 타인들과의 대화에서 양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소통으로 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못해서 답답함도 생겼지만 감기 덕분에 일상에서 주는 덤덤했던 

말의 큰 힘을 , 생생한 목소리가 표현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나의 얘기를 전달할 때 듣는 타인의 표정도 유쾌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평상시 내 목소리가 주는 일상의 고마움을 감기라는 고통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과정입니다.


말이 주는 소통의 커다란 힘을 알게 되었어요. 감기 때문에 지금도 힘이 들지만, 또 감기 덕분에 일상의 

평범함을 감사하는 마음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내가 던지는 필요한 말과 타인에게 주는 감사의 말을 많이 사용하며 살아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감기 덕분에 목소리의 감사함을 깨닫게 된 24년 크리스마스이브 날입니다.


모두 행복한 언어로 감사를 나누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두 손 모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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