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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씽 Feb 26. 2023

영원한 한사협 '구원투수'의 이임식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오승환 회장이 6년 여 임기를 마친다


겪어본 사람은 공감하지 않을까. 선거 때 만나는 인연 대부분이 이해관계에 묶여있거나 일시적이라는 걸. 


마흔이 되며 자타에 의해 제주살이를 결심했다. 사표 쓰면 바로 그만두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살이가 그렇지 않더라. '퇴직 허락'을 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주 친한 지인에게만 이주 사실을 알렸다. 사회복지와 관련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일'이 아닌 '관계'로 이어졌고, 어쩌다 보니 제주 사회복지와 '육지'를 잇는 '거간꾼'이 돼 있었다. 


이런 인연은 '대 변혁'을 선언하며 출사표를 던진 제주사회복지사협회 임태봉 후보를 세우고,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오승환 후보의 선거를 거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사실 오 회장이 후보자로 거론됐을 때 마뜩잖았다. 오 회장을 세운 이가 가진 신념과 인간적인 애정이 있었기에 수긍은 했으나, 그동안 그가 귀가 따갑도록 말해온 원칙과 룰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승환 후보 캠프의 신념에 공감했고,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대편에 비해 열세라는 생각이 들어 미력한 힘이라도 보태야겠다 싶어 제주에서 서울로 원격회의를 하며 선거를 지원했다. (그때만 해도 함께 회의할 수 있는 방법이 카카오톡 보이스톡 정도였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그 당시 만든 선거 웹자보. 예전에 겪은 한사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오 후보의 홍보 소스(?)로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사실 나 같은 주변인은 협회장 당선과 동시에 인연이 끝이 나곤 한다. 논공행상에 끼어들 것도 아니고, 받을 게 없는데 옆에 있을 이유도 없다. 더 얻을 게 없으니 부를 일 없는건 당연지사. 선거에 들어간 품은 예전 인연들에게 보은 한 걸로 만족했고, 오 회장과의 관계도 다른 인연들처럼 멀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표나 힘을 몰아줄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시엔 바쁜 일정 짬 내서 만날만큼 친분이 있던 것도 아닌데 제주를 찾으면 늘 연락 주시며 만남이 이어지며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난 예전 직장 공석이 된 편집국장을 대신해 1년 여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다 뜻한 게 있어 동료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지자가 협회장이 됐다고 나나 우리 조합에 일거리를 밀어주진 않았지만, 언제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파트너십 관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꼭 해보고 싶던, 숨겨진 사회복지계 허리들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는 소셜워커온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수 있었다. 또 코로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던 시절, 십시일반 함께 해준 분들과 함께 '랜선 콘서트'도 함께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좌)소셜워커온, (우)사회복지인을 위한 힐링 랜선 콘서트

인생은 참 묘하다. 되돌아보면 취재조차 자유롭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워스트 매체'라 비난받을 만큼 폐쇄적이고 적대적이었던 한사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오승환 회장과 인연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 회장은 기대 이상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그 성과는 과거의 한사협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거다.  


물론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사람은 없다.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던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음까지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많은 성과도 냈다. 복지부 장관을 노린다, 총선 비례대표로 나선다, 입각 예정이다... 수많은 루머를 양산할 만큼 사회복지계의 중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 어깨 좀 올라갈 법한데 변함없이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제주살이에 큰 힘이 돼 준 임태봉 전 회장과 오승환 회장. 두 분과의 인연이 큰 힘이 됐다. 

이제 내일(27일)이면 차기 회장에게 직을 넘긴다. 협회장 종료와 동시에 안식년을 맞이한 오 회장은 다른 이들의 '입방아'와 달리 학교로 돌아간다. 

인수인계 기간 동안 제주에서 잠깐 휴식을 가진 오승환 회장을 만난 날, 뭘 함께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동안 수고하셨으니 비싸고 귀한 음식을 대접할까 생각하다 제주다운 음식을 파는 곳에서 소박하게 밥 한 끼 나눴다. 


조금 규모 있게 이임식 할 법도 한데 손사래를 친다. 그의 바람대로 소탈하게 진행할 예정이란다. 

계획했던 생중계는 없던 일이 됐지만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인연의 끝이 될지 모르는 그날을 보고 기록하고, 그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가고 싶어서. 


울산에 와 같이 산에 오르자는 제안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매년 찬바람이 불면 제주에서 특대방어전을 할 거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오승환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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