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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Aug 10. 2021

가족, 체리농사를 시작한 이유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가족이 

체리농사를 시작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는 평생을 한 직장에서 현장기술직으로 정년퇴직을 하셨다. 


퇴직 후 2년의 생활

평생을 일 해 온 사람에게 직업이 없는 삶은 쉬운 게 아니었다. 


직장인 때는 동료들과 낚시도 자주 다니셨지만, 

오히려 퇴직 후에는 다니지 않으셨다.    


가끔은 며칠을 출장식으로 기계 수리 알바를 가기도 하셨지만,         

아버지는 점점 소파에서 TV를 보는 게 일상이 되었고,  

반복되는 일상에 답답해했고, 무기력했고, 짜증을 냈다.    

그 짜증은 엄마에게 갔다.  


인생에서 일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복지기관에서 노인일자리사업 담당으로 노인들과 

과일 도시락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기획하였다.

당시에  MBC 방송부터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하였고  

참여분 중 한 인터뷰에서 "출근하는 하루의 아침이면 설렌다"는 말씀을 하셨다. 


 "일자리는 돈보다 설레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아버지가 퇴직 후 2년의 시간을 보낸 시점,  

나무를 기르는 농사를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돈도 없이, 아직 구하지 않은 땅을 담보로 은행의 힘을 빌린다는 계획. 


세상이 참 신기한 것은,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고, 

이상적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아버지 65세에, 불모지 땅을 일궈 체리 농장을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6년이 지난 지금,  잘한 일이었던가? 

올해 일흔 살이 된 아버지는 바쁘다. 

나무도 살펴야 하고, 지역사회 체리 농사 모임 회원들 모임에도 참석한다. 

TV와 책들을 통해 체리 공부를 한다. 아버지에게 새로운 일이 생겼다.

아버지가 건강한 일상이 생겼으니 그 목적은 달성했다. 

농부는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는단다.  

햇살 밑에서, 몸을 움직이는 일의 특성상, 우울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돈은  좀 벌었나? 지금까지는 No


체리는 매력적인 과일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미국의 경우도, 체리 농부들이 교사, 사업가, 상담가 등 다른 직업을 가지고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날씨, 강우량, 노동력 모두가 맞아야 한다.  

풀어야 할 해결점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예전에 비싸 못사먹었던 체리를 

매년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농장에서 나오는 계절별 농산물은 식재료비를 줄여 주었다.  

 

그럼 여전히 농사를 계속 할 만큼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냐? 응 


농업은 감성, 놀이, 체험 등과 결합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케어팜'이라는 용어로 농장이 복지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정부에서도 치유농업이라는 명칭으로 농업과 치유를 결합하여 활성화 하려고 하고 있다. 


국내  푸르메 복지재단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주에 '푸르메 소셜 팜'을 

운영 중에 있고,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려고 하고 있다. 


올해 아이들이 함께 하는 농장숲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농장 숲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터가 되었고, 아버지에게 일자리가 되었다.   


일을 하며 다시금 드는 생각은 

복지와 재활 현장에서 일하며, 최종은 직업재활이라고 생각했는데, 

농업에서 그 가능성과 희망이 보인다.  


현실적 대안으로 장애인 가족이 가업으로 나무를 키우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족의 노후 준비도, 발달장애 청년의 일자리도 모두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그 준비는 10년의 생각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나무는 자라는데는 최소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어렵기는 하지만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6월의 수확기를 지나고, 요즘 같이 여름은 농장도 잠정 휴식기이다. 

근데 농장에 풀이 너무 쑥 자랐다. 

이 무더위가 지나면 아버지와 길게 자란 풀들을 베러 가야 겠다. 

           


                                                                                                                     By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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