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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Sep 01. 2021

ASD 그룹놀이: 팥빙수 만들기

매년 무더운 여름날에 하는 놀이의 주제가 있다.

"팥빙수 만들기"이다.


아무리 좋은 놀이라도, 일단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야 하는데,  새로운 활동에 관심 없던 아이도

이 놀이만큼은 집중한다.

수동 빙수기와 얼음이 아이의 시선을 확 끈다.  


마트에서 구입한 빙수기는 자동이 아닌 수동을 구입한다.

아이들이 직접 얼음을 돌리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음을 넣고,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얼음이 눈처럼 나온다.

빙수기 손잡이를 돌려 빙수를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지만,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다.

서로 돌려 보겠다고 난리가 난다.  


한 명씩 순서대로 빙수기 손잡이를 돌려본다.

잘 안 되는 친구는 어른이 함께 손잡이를 잡고 돌려본다.   


무더운 여름날, 눈처럼 싸인 얼음가루를 보는 것 만으로 시원하다. 맛을 보면 더 시원해진다.  


그릇 위에 살포시 쌓인 얼음가루를 아이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 본다.  르르 녹는 차가움이 좋다.  


놀이 경험은 언어교육으로 연결이 된다.

교사는 팥빙수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지 질문한다.

정답은 없다. 아무 말이라도 좋다.

대답을 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그동안의 팥빙수의 맛에 말해 본다.  

 

그 다음, 각자가 팥빙수에 넣고 싶은 재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뭘 넣고 싶은지....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 모두가 나온다.

팥, 시리얼, 떡,  젤리, 과일, 체리, 연유, 우유 ...등등.

저절로 명사 어휘 공부가 된다.


그 다음은 만드는 과정에 대해 말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될까?

정리되지 않는 말들이 나올 것이다.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은 말이 나온다. 그래도 괜찮다. 단지 생각하고 말해보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다.


그런데

팥빙수를 만들기를 하기 전 답변과

팥빙수를 만든 후의 대답은 다르다.


경험한 과정이 머릿속에 이미지가 있고, 그걸 떠올리며 말할 때 ,훨씬 어휘가 풍부한 설명이 나온다.


매년 이 놀이를 하고 똑같은 질문을 하다 보면

달라진 아이들의 언어표현력도 확인하게 된다.

 

교사는 다시 한번 만들기 과정을 설명해 준다.

"얼음을 간다". "간 얼음을 그릇에 담는다".

"얼음 위에 팥을 넣는다", "연유를 붙는다","시리얼을 넣는다","떡을 넣는다"

"마지막에 체리 같은 과일로 장식을 한다." 등


모든 언어적인 설명을 들은 후

간단한 재료들를 한 곳에 모아 놓고, 자신이 넣고 싶은 것들을 적당히 자신의 그릇에 넣는다.

미각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팥을 싫어한다. 얼음만 먹기도 한다.

그럼 각자의 취향에 맞춰 재료를 넣으면 된다.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아이들의 경우, 편식이 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매년 보면

작년에 먹지 않았던 재료를 올해는 먹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몇몇 아이는 집에서는 먹지 않는데, 수업에서는 먹는다.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팥빙수 만들기는 재미도 있고, 제작 과정에 언어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놀이다.

여름에는 정기적으로 한 번씩 집에서 해 보길 권한다.

아이와 만드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면, 오래오래 아이와의 추억도 된다.

 

                                                                                                                             

                                                                                                                        By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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