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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Sep 26. 2021

ASD 그룹놀이: 물놀이

예전에 자폐 아동을 대상으로 1년 6개월 동안

수영 수업을 했었다.

매주 수요일 아침 7시,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여

수업을 하였다.


자폐 증상이 심한 아동이 었는데, 아침에 뒤척이며

안 일어나면

아이의 어머니가 수영하러 가자는 말을 하면 아이는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아마, 엄마의 뱃속 양수 속에서 살았던 태아의

원초적 기억 때문이 아닐까?


수영놀이는 매우 좋은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용시간에 제한이 있고, 아이가 울기라도 하고 돌발 행동을 할 때의  주변의 시선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더 놀고 싶은 아이를 설득해 아이의 샤워하는 일 등.  


가끔은 돌발상황도 발생했고, 물놀이는 너무 좋지만

타 시설의 이용은 한계가 있음을 느꼈었다.

나중에 꼭 만드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전용 수중 그룹 놀이를 위한 유아 수영장이다.

문제는 건립과 함께 고민해야 할것은 운영비를 고려한 지속가능 여부이다.


예전에 워크숍에서 만난 시립 장애인 복지관 실무자에게 물었다.

오랜기간 실내 수영장을 운영 중인 시립복지기관이였다.

수영장을 운영하는데 얼마가 드냐고? 물으니,

전기세만 한 달에 400만 원이라고 했다.

수온을 일정하게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비용이 많이 들고,

수질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수영장을 만드는 것만큼,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1년 반을 다녔던 사설 수영장도 몇년 전 폐업을 하였다. 아마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설 수영장도 여러 가지 운영난에 직면했으리라...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물놀이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 왔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고민만 하기에 세월은 흘러가고, 아이들을 커가고  

작년부터 수영장은 아니지만,

조그만 간이 유아 수영장에서라도 물놀이를 해보자며 시작하였다.

 

생각해 보니, 센터 한 곳에 텃밭으로 쓰던 공간이 있었고, 임시로라도 이곳을 이용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고심끝에 실행을 행동으로 옮겼다.

   

수소문해 질 좋은 흙을 알아봤고,

그 공간에 25톤 차에 가득 실어 마사토를 쏟아부었다.

일일이 흙을 평평하게 펴 놓았고,

남은 흙더미는 언덕으로 쌓아 모래놀이를 위해 남겨 두었다.


그  마사토 땅 위에 비닐하우스 한동을 지었다.

단순하지만, 최첨단? '비닐하우스 물놀이터 & 흙 놀이터'이다.


비닐하우스는 봄, 가을에는 모래놀이터가 되고,

7월, 8월에는 그룹 놀이 전용 '워터 파크'가 된다.

 

중요한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면 되지 않나.


또한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 절약,

여름이라도 아이들의 물놀이를 위해서는 따뜻한 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연료의 소모 없이 여름날의 태양은 차가운 간이 수영장의 지하수 물을 뜨끈한 온천수로 만든다.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그룹놀이의 하나로 '물놀이'를 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물놀이'이기에

이 놀이 활동에는 그 형제 아동도 함께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동안 기다리기 만 했던 오빠나 형의 수업에 참여하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실, 한 아이가 아프면 다른 형제 아동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함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그룹놀이 아동들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긴다.


이런 걸 나는'선순환'이라고 한다. 모든 일에 '선순환'이 중요하다. 


이  놀이에 특별한 규칙은 없다. 그냥 즐겁게 함께

놀기만 하면 된다.

가끔 다양한 물질을 제공만 할 뿐이다.

에어 매트를 물 위에 올리면, 땟목이 되고,

휠 튜브를 올리면, 보트가 된다.

쌓아올린 흙 더미는 좋은 점프대가 된다.   

또 심심해 질 때 쯤, 물총 놀이도 한다.

또한 만 원짜리 워터 슬라이딩비닐과 물 호스를 연결하면

쭉 밀끄러지는 슬라이딩 바닥이 된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함께 놀 수 있는 놀이의 장을

만들어 주어

아이 스스로 함께 발달 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주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올해도 신나게 물놀이를 하였다.

내년 여름은 코로나가 종결되어 좀 더 신나게

놀 수 있는 여름을 또 기대해 본다.

 


                                                                       By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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