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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Nov 06. 2019

마흔 되면 괜찮아져요?

마흔 되면 괜찮아져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돌아보면 삶의 순간순간 쉬운 적은 없었다.


마흔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나이다.

해야 할 역할이 많 바쁘다.

부모로서, 남편으로써, 자식으로서,

가끔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에 따라

큰딸의 학교에 자원봉사자로 참석하기도 하고

둘째와 셋째 딸의 어린이집의 운동회에 참석하기도

나의 장거리 최종 학교에 참석하기도 한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다.

술은 왜 이리 약해진 건지...


아진 것도 많다.

젊은 날 보다

 흔들리 멘털의 안정감과 무게감.

그래서 불혹이라 부르는가 보다.


머리숱은 적어졌지만

뇌는 훨씬 유연해졌고,

몸은 덜 단단해졌지만,

세상의 처신에 훨씬 노련해졌다.


이십 대는 세상에 진지했고 참 심각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해했고,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도 많았다.

순간순간의 변화되는 상황에 당황하고 예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 속에

단련된 상처들은 굳은살로 되었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위트와 여유도 생겼다.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과 일 문제는 항상 발생하며,

삶은 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임을 알았기에...


이십 대는 왕성한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가?

외로움, 불안감, 쓸쓸함, 아쉬움이라는

다양한 감정들에 혼란스러웠다.

사십 대가 된 지금,

그런 감정적 혼란은 없다.

'아빠 놀아줘'란 무서운 말과 함께

어린 자식들이 가만 두지 않는다.


그리고 경험이라는 자산이 생겼다.

맨땅에 헤딩하며 몸으로 겪은 나만의 경험들이다.

 

사람은 세상의 색깔만큼 생각이 다르다는 것.

그걸 바꾸려 하기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네 생각도 옳고, 내 생각도 옳다는 것이 합리적임을 알았다.

그러나 바꿔야 한다면, 그건 섬세한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단 걸 알았다.

뭐든 잘하기보다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함을

글을 쓰든 유튜브를 하든 꾸준함이 어렵다.


또, 타인에 대한 나의 순수한 동기와 배려가

반드시 결과까지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상처 받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입장에서

신중한 배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균형의 중요성을 깨우쳤다는 점.

신체와 정신의 균형도 중요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 등등. 균형은 중요하다.

 

무의미한 다수의 인연보다는

진심있는 소수의 인연이 중요하고 

관계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을 알았다.


연애의 맛은 없지만,

아내의 맛은 있다.

   

얼마 전,

TV에 나오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자들 이야기를 보았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아기들을 등에 고, 방을 돌며,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쌍둥이들을 돌보라는 말이 기억이 난다.

'스페인이든 집이든 걷는 건 똑같다'고...

이십 대 초반,

무작정 혼자만의 캐나다 배낭여행을 떠났던 나인데

이제는 몰래 숨겨 둔

4개에 만원하는 맥주 중 한 캔을 마시며

여행 유튜브 채널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며 혼자 웃는다. 


사십 대가 낭만이 없고 설렘이 없는 건 아니다.

"미스터 샤인"에 설렜고,  

"멜로가 체질"을 다시 보기 하며,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는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중 한 장면

이십 대가 상큼, 달콤한, 풋풋한 맛이었다면

사십 대는 짠맛, 쓴맛, 신맛, 단맛이 어우러진

깊은 맛이 있다.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만큼, 매력적인 나이.  


젊은 날에 방황과 우울에 빠진 누군가가

'마흔 되면 괜찮아져요?'라며

내게 물어 온다면....

나는 '그런대로 괜찮아져요.'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지금 그 순간도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이기에

순간의 아픔까지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By 브런치 봉작가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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