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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Nov 01. 2019

다만,아빠들은 조용히 가슴으로
운다.

아동분야에서 일하며

아이의 발달에

아빠의 역할이 중요함을 느낀다.


특히, 아이의 발달이 늦다면

아빠와의 놀이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수업 후 꼭 엄마들과 상담을 한다.

'무엇을 했고, 아이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마들은 '이런 얘기를 아빠가 들었으면  좋겠다'며

아빠와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최대한 아빠들이 자발적으로 방문하도록

강요하지 말라고 엄마들에게 당부한다.

그리고, 아버지들의 편안 일정에 시간을 맞춘다.


가끔, 주저함이 느껴지는 아빠들의 몇 번의 약속시간 변경 끝에  

아빠들 오기도 한다.

왜냐면, 아빠들도 겁이 난다.  

'혹시 아이의 문제의 원인이 자신 아닐까?'

'이미 알고 자신의 문제를 들키는 건 아닌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내가 만난 아빠들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큰 맘먹고 아이와 시간을 가져 봤지만

끝에 가서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고,

아이와 관계는 더 나빠진 경험들.

아이의 문제 부부간의 다툼으로 이어 경험들.


세대 아버지들처럼

가족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였고,

그게 최고의 가장이라 생각했지만

아내로부터 쏟아지는 무심한 남편이라는 질책의 경험들.  

놀아달라는 아이들의 뿌리치고,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출근했던 상황들.


상담 중 '아빠의 부친의 이야기'를 물어본다.


"아버님의 아버지는 어떠셨는지요?"


그 순간 대부분의 아빠들이 한숨을 쉰다.

"저희 아버지는요..."


아내에게도 조차 말 못 한

'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처럼은 되지 말자 했건만

어느덧 를 닮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게 되며

아이에게 미안해한다.


사실, '부자관계의 사이좋음'도 대물림될 수 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도

서로 다른 부자관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에게는 사회에서 잘 나가는 바쁜 아빠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빠가 더 필요하다.


내가 만난 아빠들 대부분은 그러했다.

직장 내 책임감이 강한 아빠들이지만,

가족에게 미안해했고, 아이의 문제를 자기 탓이라 자책했다.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며 운다면 

다만, 아빠들은 조용히 가슴으로 울었다.


또한 가장으로써의 힘듬과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다.

차마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건

'그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고, 마지막 남은 가장으로써의 자존심이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담의 마지막, 한결 아빠들의 표정이 가볍다. 

아빠들도 말 못 할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가 있다.

또한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과 시간이 부족했던 경우,

자신이 아빠가 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담 후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하는 말.

"충분히 가장으로 잘하고 계십니다.

"아이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크면 친구가 더 좋아,

아빠가 놀러 가자고 해도 같이 안 갈걸요.

틈틈이 아이와 놀러 많이 다니세요"


그리고 며칠 후

 

엄마들을 통해 뒤 전해 듣는 소식들은

아빠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와 시간을 좀 더 보내려 노력하는 게 느껴진단다.


엄마가 엄마가 처음인 것처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그래서 서툴다.

지금, 아빠들에게 필요한 건

지지와 격려와 칭찬이다. 


By 브런치 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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