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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 봉작가 Nov 28. 2021

술 취한 밤, 카톡이 왔다.

오랜만에 친구 둘을 만났다.

한 놈은 초등학교부터, 한놈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다.  

코로나 이후의 첫 모임.     


마산의 통술집에서 5만 원짜리 해산물 한 상차림에

소맥을 시작으로

자리를 옮겨 황태포에 생맥주를 마신다.   


남자들의 실없는 옛이야기는 안주가 되고

맥주잔은 계속 쌓여가고, 밤은 깊어간다.


술 취한 늦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 카톡이 왔다.


아내는 아니다.

지금껏 아내는 밤늦게까지 술 먹어도

빨리 들어오라 재촉하지 않았다.  


누구지? 카톡의 내용은

 

"아빠, 오늘 집에 안 올 거야?"


초등 3학년의 큰딸이다.


평상시에 까칠한 우리 딸.


아빠에게 혼나도, 기죽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엄마도 안 하는 잔소리하는 딸.


초저녁, 친구들 만나러 간다는 아빠의 말에  

무심한 듯 대꾸했는데,  


늦은 밤 11시 넘어, 잠들지 않고,

카톡을 보낸 것이다.

 

친구에게 딸의 카톡 내용을 보여 준다.

"야, 우리 딸이 카톡 했다. 빨리 들어오래"


딸에게 전화를 한다.


"딸, 잠 안 자. 아빠 간다."


"빨리 와 아빠."


짧은 통화 후 서둘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


딸의 잔소리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가슴 따뜻해지는 밤이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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