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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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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봉작가
Aug 5. 2021
어제는 운전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다녀왔다.
큰 딸의 정기검진 때문이다.
아이는 백일부터 10살인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받아오고 있다.
어렵게 삼 년 만에 가진 첫 아이.
아이가 백일이 지난 때쯤
대전으로 출장을 다녀와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집안 식구들의 분위기와 표정이 이상했다.
무슨 일 있어? 물었고, 낮은 침묵 후, 아이의 할머니는
"아기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 말하였다. 옆에서 아내는 말없이 흐느꼈다.
선천성 백내장.
희귀성 백내장으로 아기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던 것이다.
매일 장애아동을 만나는 직업 상, 아이가 태어나기 전
어쩌면 내 아이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막연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이거였구나? 살아오며 파도처럼 여러 가지 문제가 주기적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조용히 흐느꼈다.
그 상황에 아빠는
냉정하다고 할까?
울 수도, 흐느낄 수도, 당황할 수도 없었다.
더욱 냉정해야 했고, 이럴수록 일상의 평온을 찾아야 했다. 아빠니깐.
가족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방법은 있을 거고,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보자고...
수술 전 초기 의사의 말은,
최악의 상황은 녹내장이 오는 상황과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안내하였다.
그렇게 아이는 지금의 열 살이 되기까지
2번의 백내장 제거 수술부터 2번의 수정체 삽일 수술까지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을 네 번 하였다.
또한 부산과 서울 등의 대학병원을 수시로 오가며 정기검진을 받아 왔다.
수정체를 제거 후 아기 때부터 유치원 때까지
돋보기 같은 두꺼운 특수안경을 써야 했다.
뽀로로처럼, 돋보기안경에 두 눈이 크게 보였고,
유치원에서 그런 모습을 놀리는 동생들이 있어, 운 적이 있었고,
그 아이들을 선생님이 혼쭐 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행인 건, 아이는 수술에서 정기검진까지
겁먹지 않고 모두를 잘 받아왔다.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기보다는
엄마랑 기차를 타고 서울 가는 여정을 즐겼고
대학병원 내부에 편의점에 가서 사는
달걀과 캔디 등의 간식을 사는 것을 재미로 여겼다.
수술 전 날은 겁먹기보다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엄마와 호텔에 가서 자야 하는 상황에 즐거워하였다.
그렇게 아이는 지금 초등 3학년이 되었다.
여느 아이와 똑같이 맨 날 엄마 아빠에게 혼나고
뚜렷한 자기주장에 성질도 부리는 아이지만,
최근 방학식 선생님에게 받은 가정 통지문에서
흠 잡은 게 없는 배려심 있는 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항상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며
아빠와 함께 농장에 나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잘 챙기라는 신신당부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앞으로 아이가 커 가면 또 어떠한 문제가 생길지는 모른다.
그러나 미리 걱정하고 고민하지 않는다.
살아오며 경험한 건,
큰 파도, 작은 파도가 밀려오듯, 항상 문제들은 다가왔고
그때마다 이성적이고 지혜롭게 해결 나가는 게 중요했다.
해결 안 되는 문제는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진료가 빨리 끝났다.
아이의 진료시간 동안 아빠는 인터넷 검색을 하였고, 병원 오는 길에 봐 두었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
롯데타워 서울 스카이 구경을 가자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3명의 가족은 그렇게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넓은 세상을 눈에 담았다.
아이는 다음에 또 함께하자며 기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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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양한 색깔의 아이들을 만나 치료교육을 하고, 대학에서 재활치료 관련 강의를 하고, 틈틈히 체리나무를 키웁니다. 아직은 아날로그 감성이 좋아 시 같은 글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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