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발달센터라는 기관을 15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보건복지부 품질평가에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자랑이 아닌 이런 경력의 사람이 '왜?"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의 그룹수업을 말하고, 실시하는지를 말하고자 함이다.
현장임상가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단순언어발달지연 아동, 조음장애, 말 더듬, ADHD, 난독증 등 지난 경험 상 이러한 증상의 아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임상가로 현장에서 가장 고민되고, 좌절과 고민, 성취감을 복합적 감정을 겪게 되는 아동기 문제는,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고, 혼자만의 놀이에만 심취한 아이들이다. 외부인이 그의 세상과 교류하며 들어가려 하면, 고집을 부리고, 떼를 쓰며, 수업시간 내내 울고 소리를 지르며,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게 된다. 그 아이들의 세상은 굳게 닫힌 견고한 성 같다. 그의 성문을 똑똑 두드려 본다.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런 아이의 문제행동에 보통의 경우, 원래 그런 아이로 치부되고 그냥 놔두게 한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까? 아님 지속적으로 아이 스스로 마음속 문을 열어 줄 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까? 최소한 교사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해답을 찾아간다는 게, 나의 관점과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의 일치된 마음과 신뢰가 중요하다.
한 예를 들고자 한다. 한 6살 남자아이가 있었다. 형제가 없는 외동아들이었다. 그 남자아이는 고집이 셌고, 수업시간에 오면, 수업 내내 울었다. 어떠한 활동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놀이만 하겠다는 듯, 이쯤 되면 둘 중에 하나는 지쳐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고민 끝에 특단의 조치는 그 아이의 2살 위인 내 큰딸을 그룹수업의 동료로 참여시킨 것이다. 그 6살 남자아이의 수업에 새로운 누나가 수업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아이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누나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씩 아이의 울던 행동들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또한 누나가 뛰면, 그 뒤를 따라 뛰기도 했다. 어느 순간 누나의 엉뚱한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웃기도 했다. 조금씩 두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을 실시했다. 아이가 완벽하게 그 놀이를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애야 이런 놀이도 있어, 한번 해볼래? 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는 조금씩 놀이의 규칙에 맞게 참여를 하려 하였다.
이 아이의 많은 변화가 있던 장면 중 하나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물총놀이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과 어른이 섞여, 숲 속에서 서로 물총을 쏘고 노는 가족참여 활동이었다. 이 아이도 장총의 물총을 들고, 다른 사람에게 물총을 쏘며, 웃고 즐거워하며, 뛰고 있었다. 아이는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며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수업을 하며, 항상 경계하고, 다짐하는 것은, 절대 미리 아이의 능력을 판단하지 말고, 미리 시도하지 않으려는 오만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경력이 많다고 미리 판단하고,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되어도, 쉽게 아이의 능력을 판단할 수 없다. 이게 될까? 하는 활동도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 보면 아이들이 해나가는데 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서 일단 다양한 놀이들을 시도하며, 그 안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단계를 높여서 나아가고, 할 수 없는 활동에서는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 가면 된다. 중요한 건은, 처음에는 서툴러서 어려웠던 활동도, 한주가 지나 다시금 시도해 보면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별짓을 다한다. 미꾸라지를 풀어 높고 잡기 놀이도 하고, 무더운 여름에 대형조립식 수영을 설치하여, 수중에서 놀이도 실시한다. 요즘 같이 계절이 바뀌며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한다. 그리고 떨어진 낙엽과 들꽃들은 좋은 미술재료가 된다. 최근 자폐스펙트럼 아동은 계속 증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개념에 대한 지식은 많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시대의 방향은, 자폐스펙트럼 아동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어떤 다양한 접근 방법과 놀이들이 있는지에 대한 집중과 관심이 중요하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할 것은, 자폐스펙트럼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놀이의 판을 깔아주고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부터가 모든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접근의 시작이다.
By 브런치 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