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아침, 마산에서 서울행 KTX에 오른다.
서울역 도착 후 지하철로 이동하고 국회의사당 역에 내리면 금산빌딩이 보인다.
이 건물의 4층.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작가 교육원이 있다.
사십 대 후반 남자, 드라마를 배우기 시작한 게 석 달째를 이어가고 있다. 출석률은 100%. 대신 다녀오면 온몸의 피로가 이틀을 간다.
이 과정의 정원은 30명.
23살 초반 여성부터 50대 중반 여성까지 대부분이지만
이 중 딱 3명이 남자다.
사십 대 후반, 드라마 배우는 남자라니...
가끔은 스스로를 생각해도 헛웃음이 난다.
그런데, 왜 드라마를 배우려 할까? 그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앞으로의 세상에 은퇴 없이 현역으로 재미있게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AI 시대, 어떤 직군이든 자신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생각한다.
그중 콘텐츠 제작의 최고봉은 K-드라마다.
K- 드라마의 산실이 이곳이기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기초반 수업은 현재 드라마 플롯 설계와 당선작 대본 분석과 시놉시스 작성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만든 시놉시스를 발표하고 합평을 하고 있다.
지난주는 나의 대본 시놉시스에 대한 합평이 있었다.
박사 논문쓰기보다 더 집중해
몸에서 토가 나올 정도로 주말 동안 공을 들여 작성한
생애 최초 단막극 시놉시스.
자신만만하게 6장짜리 성장휴먼 드라마 시놉시스를 제출했고, 여럿 앞에서 이 시놉시스에 대해 합평을 받았다.
돌아온 평가는
드라마를 써 오랬더니, 다큐를 써 왔다는 평가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급격히 자존감 확 떨어지는 상황.
가장 문제점은 러브라인이 있어야 할 곳에 사랑은 없고, 정보만 있으니 이건 드라마가 아니란 평가다.
시청자는 정보보다는 몽글몽글한 사람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감정의 휘몰아치는 변화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평생 사람 심리 파악하는 게 본업인데,
까짓것, 멜로 드라마, 잘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깔끔하게 KO패를 당했다.
오랜만에 자존감 떨어지는 상황. 수업 마치고 혼자, 여의도 고급회전 초밥집에, 가장 비싼 금색접시 초밥에, 아사이 생맥주 두 잔을 쭉 들이키고, 다시금 마산행 기차에 올랐다.
다시금 각오한다.
사십 대 후반, 드라마 배우는 남자.
느리게 갈지언정, 죽을때 까지 포기는 없다.
끝까지 간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한다. 드라마 만만치 않네....
By 브런치 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