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런치 봉작가 Dec 20. 2019

때론, 엄마 없는 여행도 필요하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특별한 여행을 간다.  

재활분야 연수 동기들과 자녀들을 동반해

1박 2일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규칙은 이렇다.

각자 놀이들을 준비하여, 아이들과 논다.    


모임날은

국유림 휴양림 숙소가 예약되는 날이다.

이번은 14만 원에 방 2개의  

고흥의 팔영산 자연휴양림 산막동이다.   

 

멤버에는 여동생도 있다.    

조카와 37개월 쌍둥이와 총 4명의 아이들과 함께 떠난다.


고모가 동행하지만,

4명의 아이가 감당이 되겠냐며

아내는 잔소리와 걱정을 했지만, 

아이들의 시달림이 없는 주말의 집에서의 온전한 휴가에

아이 엄마는 속으로 야호를 외쳤으리라...

 

다른 팀은 광주에서, 우리는 마산에서 출발하였다.  

오후 4시에 휴양림에서 만나기로 했다.


휴양림에 먼저 오후 2시에 도착하였다.

남은 시간. 4명의 아이들과 함께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고,

숲길을 걸으며 미술놀이 재료를 채집했다.

 

아이들은 오솔길을 걸으며

유심히 주변을 관찰하고 탐색하며,

나뭇가지, 낙엽, 작은 돌멩이 등을 주웠다.  

틈틈이 산길을 걸으며

단풍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도 찍는다.


숲길을 내려오자, 광주팀이 도착하였다.  

6명의 아이들과 성인 4명이 모였다.  

짧은 인사 후, 바로, 숙소 앞 평상 위에 앉았다.

미리 준비한 찰흙을 제공하고 자연물을 활용한

'가을'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만들 것을 제시하였다.   


아이들의 손끝에 작품들이 탄생하였다.   

자신들의 작품에 뿌듯해하며 자랑을 한다.


그렇게 미술놀이 후, 어른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메뉴는 훈제오리와 삼겹살.


아이들은 배가 고픈지 맛있게도 먹는다.

엄마랑 있으면, 밥을 먹지 않고 장난을 해 혼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엄마 없이 아빠랑 어디를 가는 날은 평소보다 잘 먹는다.  

그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아빠는 밥을 안 먹는다. 절대 잔소리하지 않는다.

다만, 알았어 먹지 마"이다.

그동안의 아빠와의 경험 속에 아빠와의 활동에는

많은 움직임이 있고, 나중 배가 고플 수 있다.

이건 생존의 문제이다. 알아서 먹어야 한다."  


그렇게 저녁밥을 먹고, 6명 아이들은 합창으로

'놀아줘, 놀아줘'라고 외친다.

"알았다. 애들아". 이번은 광주팀이 준비한 놀이를 한다.

오늘의 놀이는 국수 놀이.

  

커다란 김장용 매트 위에 국수를 세 봉지를 뜯고,

손과 발로 부러트리고 밟아 보며,

국수 조각을 머리 위에 뿌려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이다.  

남는 시간은 아이들끼리의 시간이다. 보드게임 제공하고,

그 틈에 어른들은 간단히 캔맥주 한잔을 하며,

그동안의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취침 전 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한다.

엄마는 어린아이들이 낯선 환경과 떨어짐에 울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언니,오빠들과 노는 게 너무 재미있는지,

엄마의 재미있냐?는 질문에 막내는 너무 재미있고,

다음에 또 오고 싶단다.

그리고 다음에는 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오잖다.

 "엄마 내일 봐"하고 이내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은 생애 첫

엄마 없는 여행의 숲 속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간단히 누룽지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팔영산 휴양림의 산자락의 오솔길

맨 위로 차를 몰고 올라갔다.

아빠들은 차를 몰고 오솔길을 따라 가다, 다를

반복하며 운전해 내려오고,

아이들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한적한 산길을 걸어 내려왔다.  


계절은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고 있다.

팔영산 가을 경치에 아이들 기분이 좋아서일까?

다리 아프다는 소리도 없이

산길을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였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긴 산책을 했다.

산길을 내려와 고흥 우주발사전망대를 갔고,

근처 남열해돋이 해수욕장에 갔다.


산도 좋지만 아이들은 바다도 좋다.

아이들은 파도와 장난을 친다.


그러나 6살 조카와 37개월 막둥이는 파도가 들어오는 모래사장에 앉아, 옷이 젖고 말았다.  

엄마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젖은 옷과 모래를 툴툴 턴다. "아후~옷 갈아 입자"

무작정 물에 뛰어들어 옷이 젖은 막내와  옆에서 놀리는 둘째

바다와 놀고,

정오를 훨씬 넘긴 시간,

우리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바닷가

솔밭 근처에 돗자리를 깔았다.

점심 메뉴는 컵라면과 어제 먹고 남은

훈제오리와 수제 소시지다.


그때 중년의 부부가 우리 곁에 다가와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쫑알거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단다.


자신의 아이들은 어느덧 훌쩍 커 버려,

이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중년의 부부는 한참을 우리를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아이들은 더 놀고 싶지만,  

아쉬움을 남기도 집으로 출발했다.


여행을 하며, 중간중간 오줌 마렵다. 뭐 챙겨달라는 쫑알거리는 아이들에 피곤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함께 한 이 시간에 아빠는 기분이 좋다.   

6명의 우리는 숙박비와 식비 포함한

10만 원으로 알뜰하고 보람찬 여행을 마쳤다.


다음날, 아내는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너무 아이들을 품고 산 것 같다고...

오랜만에 조용히 밤늦게 까지 드라마를 보고,

야식을 먹고, 나 혼자 산다 TV를 보고...

아이들이 없는 온전한 시간이, 너~무 좋았단다.

이 모임을 일 년에 네 번 정도 해도 좋다고,


나는 정중히 사양했다.

"아니, 일 년에 두 번으로 충분하거든."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의 여행은

엄마에게 휴식이 됐고,

아빠는 엄마의 자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아빠는 훌쩍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엄마를 모두를 만족시켰다.

다만, 아빠는 조금 피곤했다.


때론, 엄마 없는 여행도 필요하다.


겁나는 일이긴 하지만, 아이를 키워가며,

가끔은 아빠와 아이와만의 온전한 시간은 필요하다. 


인생에 아이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운 시절, 그리울 시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