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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과사자 Aug 10. 2021

브런치 작가 네 번 탈락, 오수생 이야기

평범한 아줌마의 브런치 작가 합격수기

나는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나


브런치가 뭐야? 어느 인스타 지인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했다. 공모전에 당선되기도 한 그 작가의 글은 꽤 수준 있었다. 나와는 먼 세계 같아서 소식 올라오면 읽어보기만 하는 걸로 관심 끝이었다.


얼마 후 다른 지인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단다. 몇 안 되는 지인 중에 두 명이나? 그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 지인은 물론 다른 작가의 글도 읽어 보았다.


브런치 작가의 세계는 다양했다. 우리 일상 속 소재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다루는 글이 많이 보였다. 지난번보다는 브런치에 대해 조금 더 아는 수준으로 지나갔다.


그 당시 난 엄청난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거기다 여러 사정으로 대인 관계 기피증으로 판단되는 증상까지 와서 사람 만날 일이 별로 없는데도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지나간 일로 화가 나기도 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요가도 해보고 강연도 들었지만 몸에서 짜증이 솟구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기가 아주 길게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붓글씨 연습 책을 사게 되었고 책상에 앉은 김에 필사를 하게 되었다.


필사. 손을 움직이며 문장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어떤 기운이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 때 좋아했던 글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며칠에 한 번 필사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아이들 키우면서 오는 감정들을 털어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한채 쌓아 온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100세 시대에 이렇게 살다 30년이 지났을 때도 글솜씨가 지금과 같다면 그건 정말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연습을 해야겠는데 2년째 접었던 블로그에 다시 쓰는 것보다는 새로운 곳이 나을 것 같았다. 사진보다는 글 위주인 플랫폼이 뭐가 있을까?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떠올랐다.




나는 왜 네 번이나 떨어졌을까



떨어지면 창피하니 아무도 모르게 글 두 편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7월 15일 첫 탈락 이메일을 받았다. 이유는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란다.


내 블로그엔 글이 없었고 인스타는 비공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쓴 내 글 두 편이 별로라고만 생각했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봐도 인정. 안 될 글은 사용하지 않는 게 낫다는 누군가의 가르침에 따라 삭제했다.


이번에는 남편한테 상황을 얘기하고 두 번째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글을 네 편 쓰고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도 바꿨다.


7월 19일에 두 번째 탈락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하는 말과 달리 떨어진 이유가 달랐다. [실질적으로 심사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적어 향후 작가님의 브런치 활동을 예상하기 어려운 탓]이란다.


남편 붙들고 내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블로그에 아무 글도 없는데 네 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 아닐까? 지난번과 이유가 다르다는 건 몇 편 더 보여주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아니었다.)


글을 너무 줄줄이 쓴 것 같아 문단 나누기를 하고 에피소드를 늘려서 세 번째 도전했다. 7월 22일에 같은 이유로 탈락 이메일을 받았다.


연달아 안타깝게도 모실 수 없다고 하니 화보다는 ㅋㅋㅋ느낌의 웃음이 났다. 쓴 글을 아예 다 지우고 같은 주제에 다른 스타일로 여섯 편을 써서 네 번째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7월 29일에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드립니다.]란 제목으로 도착한 이메일. 한 달 동안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어떻게 더 잘 쓰란 말이야! 그래도 독자인 브런치가 보기에 아니라니 다시 써보기로 했다.


주제는 여전히 같았다. 콘텐츠를 바꾸고 제목도 조금 더 흥미롭게 지었다. 방향에 자신이 생기자 활동 계획은 쉽게 떠올랐다. 한 편의 글로 다섯 번째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그런데 신청 도중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 소개를 하고 활동 계획을 적고 작가의 서랍에서 보여줄 글을 클릭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 나는 작가의 서랍에 있는 모든 글을 브런치팀이 자동으로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8월 4일에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수생은 그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붙었는데도 야호! 보다는 ㅋㅋㅋ 느낌의 웃음이 튀어나왔다. 지난 네 번의 도전에서 안 된 이유가 내 글 때문이 아니라 아무 글도 보이지 않는 내 신청서 때문이었다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물론 정말 그 글로 도전했어도 떨어졌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그래서 내가 글 연습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청할 때마다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떨어질 때마다 글을 아예 뜯어고치고 있던 나님, 최고다!




나는 왜 다섯 번이나 다시 도전했나



처음엔 붙을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계속 떨어지면 도전한 것조차 비밀로 하려다가 남편한테 공개한 이유는 다시 도전할 용기가 안 생길까 봐였다.


나란 사람. 당연히 다양한 면모가 있고 한 마디로 나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나 중 한 명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신나게 놀다가 수업 시간에 늦으면 같이 놀던 내 친구는 숨이 턱까지 찰만큼 열심히 뛰어가는데 나는 그 숨찬 게 싫어서 조금 뛰다가 그냥 포기하는 스타일이었다.


  붙었던 글짓기 대회에서   떨어졌다고  몰라하고 내던진 사람.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써서 나쁠 일은 하나도 없는  그땐 모르고 쉽게 포기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면서도 그렇게 될까 봐 남편한테 말하고 이왕 내뱉었으니 되돌릴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떨어져도 또 하고 떨어져도 또 하고. 한 달 동안 실망했다기보다는 좀 미친 것 같고 재밌었다.


아이들 재워놓고 어두운 방 안에 드러누워 핸드폰만 하던 지난날의 나보다는 나은 것 같아 지금은 만족한다. (핸드폰으로 글 쓰는 내가 똑같이 핸드폰 많이 하는 건 안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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