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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Aug 31. 2023

어색한 우리 사이, 독일어와 한국어

공무원으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베를린으로 떠나기 위해 퇴사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할 수 있는 건 적었던 나에게 최우선 과제는 물론 독일어 정복이었다. 독일어를 잘하면 독일에서 대학 공부를 할 수 있고, 독일에서 대학 공부를 하면 비자도 얻기 쉽고 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외국인이라도 시간제 일자리를 얻는데도 어려움이 없고 대중교통이나 문화생활에서 학생 할인을 누린다. 무엇보다도 어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독일에 머무는 사람들보다 장기간 독일 사회에 소속되어 지낸다는 의미에서 학생은 안정적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어떤 전공이 됐든 간에 대학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도 나에게 중요한 장기 과제였다. 문과를 졸업해 6년동안 행정공무원으로 일한 경험은 국내든 해외든 취업 시장에서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뭔가를 배우지 않으면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일자리에 재취업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은 대학 공부나 취업과 같은 장기 목표들을 못 이루게 되더라도 독일에서 독일어를 배웠다는 경험 자체가 큰 결실이 될 거라는 부분이었다. 어느 도시가 됐든 해외의 현지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 그곳에 사는 동안 반드시 용해야 할 여건이 있다면 바로 현지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베를린은 외국인이 많고 영어가 흔히 쓰여서 독일어를 배우기에 최적의 도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외국인이 많다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했다. 베를린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재되어 있어 이곳에 살면서 동양인이라고 불필요한 주목을 받는다거나 멸시를 받는 일은 거의 겪지 못했다. 베를린 사람들은 낯선 외모와 언어에 비교적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또 영어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노려 초반에 독일어가 많이 부족하던 시기에 영어로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2019년 9월 베를린에 도착한 내 신분은 백수 어학원생이었다. 청바지와 백팩, 운동화 차림으로 노란색 에스반(독일의 지상 전철)을 타고 어학원으로 향하던 첫날 아침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에스반에서 흘러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안내방송, 아침햇살을 쬐는 푸른 나무들, 묵묵히 출근길을 감내하는 시민들, 무엇보다도 베를리너들의 틈바구니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같은 베를리너인 척 하면서 나는 무척 설렜었다. 내가 단지 관광객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매일 아침 향해야 할 곳이 있는 어떤 신분이라는 설렘!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나는 새로운 누군가가 된 듯한 작은 감동에 젖어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베를린 시내의 한 어학원에서 나는 그러나 별로 좋지 않은 첫날을 맞이했다. 잠깐 당시의 내 독일어 수준을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8주간 토요일마다 독일어수업을 6시간씩 들으며 알파벳 '아베체(abc)'부터 시작해 기초 중의 기초 문법까지를 구경 정도만 한 상태, 즉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기초 독일어 수업을 48시간 들은 상태였다. 독일어로 된 문장을 직접 만들어 말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법은 배웠지만 기억하기는커녕 '독일어는 이래서 어렵구나' 정도를 약간 맛본 수준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베를린 어학원의 A2반은 난이도로 치면 기초반이지만 독일인 강사가 100% 독일어로 진행하는 수업이었다. 내가 강의실에 들어오자마자 선생님이 출석부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며 "우리 수업 개강일은 이틀 전이었는데 왜 이제 왔나요?"라고 묻는 것 같았는데(다행히 이건 이해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독일에 어제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어제'가 독일어로 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얼음장처럼 굳어있다가 "도이칠란트… 예스터데이" 비슷하게 꿍얼거렸다.


수강생은 열 명정도 되었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선생님과 문제없이 소통하는 것 같았다. 교재 몇 쪽을 펴세요, 라든가, 짝꿍과 토론하세요, 혹은 잘 듣고 정답을 고르세요, 등등의 간단한 지시들도 나에겐 외계어 같았는데 클래스메이트들은 모두 손발이 착착 맞는 댄스팀처럼 선생님과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얘들이 전부 A2반 수강생들이란 말이야?라는 슬픔 의심이 들 정도로. 수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내가 아예 틀린 페이지를 펼쳐놓고 있으니 옆에 앉아있던 짝꿍이 슬그머니 교재를 한 장 뒤로 넘겨주는 일도 있었으니, 독일어 수업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초급반의 경우 편의를 위해 강사가 영어를 섞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반 선생님 비비아나는 오로지 독일어만 고집했다. 초보자들을 데리고 혼자 원어민 독일어로 떠드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는 쉬운 단어만 사용하고 새로운 단어를 설명할 때도 우리가 알만 한 단어 수준에서 맥락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는 능력과 열정이 대단한 그녀였다. (시간이 지난 후 느끼게 된 건데 이건 정말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하루 세 시간짜리 인텐시브 코스에서 독일어 폭탄을 며칠간 듬뿍 받아냈더니 어느새 '몇 쪽을 펴세요' 정도의 독일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첫 한 달은 수업 내내 긴장을 한시도 놓지 못해 매우 스트레스였다.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상점이나 식당에서도 독일어를 열심히 썼지만 빨리 늘지 않았다. 내가 공부해 간 단어를 상대가 못 알아듣는다거나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야심 차게 "추천해 주시겠어요?" 물어봤는데 상대가 못 알아들었다) 상점에서 "봉투 필요하세요?"는 맨날 듣는데도 어째 매번 새롭게 들리고 이해를 못 해 되물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독일어는 유럽어 중에서도 어려운 편에 속한다. 잘 알려져 있듯 단어가 길어서이기도 하고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가글하듯이 목구멍을 사용해서 소리내는 r 이나 목구멍과 혀 사이를 좁혀 소리내는 ch 등)이 많아 말하기와 듣기를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느낀 점은 독일어는 역사가 긴 만큼 어휘가 풍부하고 단어마다 유의어가 다양해서 같은 사물이라도 이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으니 습득해야 할 어휘량이 많다. (예를 들어 영수증은 Bon, Kassenbon, Beleg, Quittung 이렇게 독일어 이름이 개다.)


특히 한국어와 너무 달라 초보 독일어 학습자에게 큰 진입장벽이 되는 독일어의 문법 특성 두 가지를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1. 남성형/중성형/여성형 명사

독일어 명사는 남성, 여성 그리고 중성, 이렇게 세 가지 성별이 있다. 영어의 the에 해당하는 정관사 역시 독일어에서는 남성형(der), 여성형(die), 중성형(das)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어느 정도 규칙성을 띠긴 하지만 많은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성별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남자(der Mann)는 남성형 명사이고 der가 남성형 정관사, Mann이 '남자'라는 뜻이다. 여자(die Frau)는 물론 여성형 명사이며 die가 관사, Frau가 명사인 '여자'이다. 그러나 아이(das Kind)와 소녀(das Mädchen)는 중성이다. 대표적으로 나를 괴롭혔던 이해불가 명사들은 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개념들을 서로 비교해 봐도 딱히 규칙이 없는 경우다. 신체부위의 경우 남성명사는 입(der Mund), 머리(der Kopf), 배(der Bauch), 발(der Fuß), 팔(der Arm)등이 있고, 여성명사는 코(die Nase), 입술(die Lippe), 손(die Hand), 혀(die Zunge), 폐(die Lunge)등이 있으며, 중성명사는 눈(das Auge), 귀(das Ohr), 다리(das Bein), 심장(das Herz)등이 있다. 심지어 의류 중 치마(der Rock)는 남성, 바지(die Hose)는 여성인데 원피스(das Kleid)는 중성이다. 블라우스(die Bluse)는 다행스럽게도(?) 여성명사지만 와이셔츠 또는 남방(das Hemd)은 중성이다. 그리고 양말(die Socke)은 여성형인데 신발(der Schuh)은 남성형이다. 또 희한한 것은, 같은 의미지만 뉘앙스만 다를 뿐인데도 사람(die Person)은 여성형, 인간(der Mensch)은 남성형이라는 점. 이런 수많은 경우를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니 그냥 외워야 한다.


*한편 규칙을 따르면 어느 정도 맞힐 확률이 높다. e나 ung, tion으로 끝나는 명사는 여성형, 명사+en이 동사로 쓰일 수 있는 경우는 남성형(예: der Blick 바라봄/응시, blicken 응시하다), 외래어는 대개 중성형(예: das Kimchi 김치-한국어, das Croissant 크루아상-프랑스어)인 경우가 그 예다.


외국인이 독일어 입문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명사 성별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도 독일인들은 귀는 중성형, 머리는 남성형,...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우지 않는다고 한다!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머릿속에 명사와 성별이 한꺼번에 무의식적으로 저장되는 모양이다. 모국어의 힘이 이런 건가 보다.


2. 격

'격'이라는 문법용어는, 영어로 치자면 I(내가)와 me(나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독일어에서는 영어의 me가 두 가지로 나뉘는데(3격 mir, 4격 mich) 이를 잘 구분해 써야 한다. 물론 '나'라는 단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명사가 1격부터 4격까지의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관사(영어의 a 및 the) 또한 1격부터 4격까지 네 가지 형태를 가진다는 점이다. 머리 아프면서도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관사를 통해 명사의 격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남성형 명사 중 치마(der Rock)의 경우를 보자. 'der Rock'은 다음 문장처럼 '치마'가 주어라는 뜻이다.


예: Der Rock ist(이다) blau(파란). (치마가 파랗다)


그러나 문장에서 '치마'가 주어가 아니라면 der Rock을 그대로 쓰면 안 된다. 격에 따라 des Rocks, dem Rock, den Rock 중 하나를 골라 써야 한다. '내가 치마를 좋아한다'와 같이 치마가 직접목적어인 경우는 der가 아닌 den을 쓴다.


예: Ich(나는) mag(좋아한다) den Rock. (나는 그 치마를 좋아한다)


네 가지 격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모두 설명하자면 너무 지루할 것 같고, 다시 영어에 빗대 설명하자면 영어의 치마라는 'the skirt'라는 표현을 독일어에서 쓸 때 문장에서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the1 skirt, the2 skirt, the3 skirt, the4 skirt와 같이 네 개 버전의 the 중 하나를 맞게 골라 써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형 명사와 중성형 명사도 물론 각각 네 가지 관사 변형을 가지고 있고, 성별에 상관없이 복수형일 때는 또 나름의 네 가지 형태가 있다.


한 마디로 영어에서 a(하나의 ~)로 쓰이는 관사가 독일어에서는 성별과 격에 따라 열두 가지로 나뉘고, 영어의 정관사 the(특정한 ~)는 독일어에서 열여섯 가지 형태를 가진다.


이 두 가지 특징이 합쳐지면 독일어 초급자가 작문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마련된다. 치마가 독일어로 Rock인 걸 알더라도 성별과 격을 모르면 문장이 틀리기 때문이다. 또 맞는 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외들을 외워야 한다. 동사 혹은 전치사에 따라 3격/4격 목적어가 필요한 경우가 나뉘어있고, 둘 다 가능하지만 의미와 맥락에 따라 하나만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명사를 말할 때마다 성별은? 격은? 고민해야 하니, 초보자들이 독일어 공부를 딱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포인트다.


쉽지 않은 고군분투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떤 분야의 노동자가 아닌 서비스 수요자, 시간이 많은 무직자로서 독일어를 배웠던 그 시간 동안 행복했다. 사실 퇴사해서 좋았던 건지, 독일어를 배워서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다. 인연이 있던 모양인지 나는 6개월을 쉬지 않고 비비아나의 수업을 들었다. (나는 6개월 동안 독일어 시험치던 날 하루, 집 보러 간 날 하루, 이렇게 두 번 빼고 매일 출석했다) A2에서 시작한 내가 어느덧 B2 수업을 듣고 있었고 어느 날은 내가 "이 책은 주인공의 삼촌이 소유한 어떤 집에 관한 내용입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비비아나가 "너 드디어 완벽한 관계대명사 문장을 사용했어!"라며 감격해 주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에서 어리바리하다 못해 울기 직전 표정으로 앉아있던 시절부터 '이 녀석 독일어로 사람 구실은 하겠구나' 싶을 정도의 수준이 될 때까지 지켜봐 준 누군가가 있다는 건 고맙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어와 한국어는 사이가 별로 안 좋다. 두 언어는 언어학적으로 매우 다르고 독일과 한국 사회의 가치관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는 주어가 생략되어도 너그럽게 이해되고 관계를 반영하는 존댓말과 존칭이 발달해 있으며, 정말 다양한 말의 뉘앙스를 담는 양태(비가 오는군, 비가 오잖아, 비가 오네, 비가 와, 비가 오긴 와, 등등)를 맛깔나게 쓸 수 있지만 이런 언어특성에서 비롯된 언어적 감각이 독일어에서는 별 힘을 못 쓴다. 특히 관사니 격이니 하는 문법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어와 영어는 매우 유사해서 어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영어의 the는 독일어 der, die, das,...로 나뉜다'는 식의 대칭적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the나 der에 상응하는 개념이 아예 없으니, 생소한 개념을 인위적으로 이러이러해서 필요하다고 인식하며 기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독일어는 정확하고 정밀한 언어이다. 명사의 성별과 격이 어긋날 틈이 없도록 관사와 동사, 전치사가 합을 맞추고, 이 글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심지어 형용사도 성별과 격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이쯤 되면 피곤하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확한 문장 구성보다는 "저기 그건 좀"과 같이 매우 모호한 문장 속에서도 뜻을 맥락상 눈치껏 이해하는 능력을 미덕으로 여기니, 결론은 한국인이 독일어 공부를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점이다.


혹시 독일어 공부를 막 시작한 분들이 있다면 위에 소개한 독일어 최대 골칫거리 두 가지를 조금이나마 쉽게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만의 방법을 공유한다.


1. 명사 성별 쉽게 외우는 방법

 1) 반드시 개인 단어장을 만든다. 명사 단어장과 나머지(동사, 형용사, 구문) 단어장을 나눈다. 명사 단어장에서 성별로 열을 나눈다. 노트를 세로로 3 등분해서 남성형 / 여성형 / 중성형과 같이 표를 만든다.

 2) 책이나 매체에서 찾은 새로 알게 된 단어를 단어장의 올바른 성별 열에 적는다. 한번 사전 찾아보는 김에 반드시 단어의 복수형까지 찾아서 단어장에 적어둔다. 사전에서 발견한 특이사항도 꼭 적는다. (복수형 없음 또는 N-Deklination 등)


예를 들어 한 기사에서 das Wachstum, der Duft, die Wand, das Lebewesen, der Tagesablauf, der Zeuge, die Ernte와 같은 단어를 새로 알게 되었다 치자. 이 단어들을 이 순서대로 단어장에 쭉 적는 게 아니라 성별로 나눈 표를 활용하여 맞는 성별칸에 적는다.

반복되는 표현은 최대한 생략한다. r. Duft는 der Duft를 줄인 것이고, Duft 뒤에 오는 /"e 표기는 '복수형으로는 움라우트(") 및 e를 붙인다(Düfte)'는 뜻이다. 한편 's. Lebewesen =' 은 중성형 das Lebewesen의 복수형은 die Lebewesen (관사만 다르고 명사는 같음)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성별 그룹을 나누어 외우면 나중에 단어 뜻이 생각 안 나더라도 왼쪽열(남성형)에서 봤는지 중간열(여성형)에서 봤는지 공간적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또 이렇게 같은 성별 명사를 묶어 놓으면 남성형 명사는 보통 이렇게 생겼구나, 하는 발견도 자연스레 하게 된다.


 3) 다음날 찾은 새로운 단어들도 같은 표 아래에 같은 방식으로 기입한다.

 4) 의미적으로 서로 연관이 있는 단어들을 한 표에 모아 정리해 놓고 따로 관리하면 더 잘 외워진다. 물론 각 표 안에서도 명사의 성별을 세 열로 구분해서 복수형과 함께 적는다. 신체부위(눈, 코, 입, 손, …), 건물(지붕, 바닥, 문, 침대, 창문, 주방, …), 대중교통(기차, 버스, 티켓, 역, …) 등 각 주제가 표 하나를 이루는 식이고 주제는 정하기 나름이다.


2. 격에 맞는 관사와 Deklination 쉽게 외우기

이 문제도 역시 공간적 기억을 최대한 활용한다.

나는 4열(남성, 여성, 중성, 복수) 4행(1부터 4격)의 표를 그려 정관사, 부정관사와 Deklination까지 모두 재활용했다. Deklination표는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용 이렇게 세 개가 있으니 표가 총 다섯 개다. 외워야 할 건 많지만 행과 열 이름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 부담이 적어진다. 교재에 따라, 강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 이런 저런 표들이 있는데 하나의 포맷으로 통일해서 한곳에 모아두고, 헷갈릴 때마다 새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이 표를 다시 들춰보는 식으로 표의 형태를 눈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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