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게 해 준 겨울비

아들이 헤아리는 어머니의 따뜻한 자유

by 세바들

그 겨울날,

“조경재 씨 집입니까?” 목소리 높여 물으신 어머니.

“누구신데요?” 장난스레 되묻는 아들의 웃음에

멋쩍은 기색으로 도착했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연달아 걸려온 전화 속에서

잊지 않은 기억의 힘을 발견하고

나는 속으로 울컥 기뻤습니다.

“누굴 바보로 아나”라는 짧은 한 마디가

모든 걱정을 녹이는 따뜻한 자유였습니다.


사고의 놀람과 치료 과정을 함께하며

“어찌 알고 왔는가?”를 반복하시던 모습.

당황보다 반가움이 앞서던

순수한 어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겨울비처럼 스며든 시간 속에서

우연처럼 엮인 고마움들,

신속했던 도움의 손길들이

아들의 마음을 한 박자 빠르게,

때론 느리게 조율해 준 행운이었습니다.


처음 상처를 마주했을 때의 혼란,

깊은 염려는 치료 결과가 좋다는 말에

안개처럼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그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준 것은

고맙다며 직접 걸어주신 전화 한 통.

그 목소리는 겨울비보다 더 따스한

아들의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였습니다.


이제 머리 희끗한 노년이 되어서야

그날의 당신 마음을 헤아립니다.

세월을 견디고 먼저 가신 어머니,

아들은 기억합니다.

전화 한 통의 무게,

남겨진 목소리의 결.

그 애틋한 울림을 따라

빛나는 침묵 속에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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