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소

유명 셰프 추천 국밥

by 미정

따사로운 봄, 선선한 가을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기분 좋은 날씨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가을여행주간 만원의 행복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예약에 성공하여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에 가게 되었다.
KTX 안에서 가볍게 읽기 좋은 수필을 보고 있었는데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님께서 어디에가느냐고 말을 걸었다. 서울 도심 속 지하철에서는 낯선 사람 간의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조금 당황했지만 순천에 간다고 대답을 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아주머님께서 “순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의아해하시길래 가을여행주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드리고 운좋게 만원으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게 되어 체험하러 가는 길이라고 상세히 말씀을 드렸다. 아주머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런 것이 있냐고 하시더니 본인은 지금 서울에 큰 절에서 하는 행사를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시며 본인의 옷차림을 가리키셨다. 하의가 법복이었다. 여자 혼자 기차 타고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을 보고 대단하시다고 하시면서 본인의 간식을 나눠주시고 나의 직업 등 개인적인 것들을 물으셨다.

이전에도 조치원 가는 무궁화호 기차 안에서 옆자리 동승객에게 간식을 얻어먹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옆자리 학생이 가방에서 껌을 꺼내 먹으려고 포장지를 뜯다가 나에게도 권하였다. 포장지를 뜯을 때 나는 새콤함 껌 냄새에 기차에서 내리면 슈퍼에서 사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알아챈 듯이 나눠주어 마치 나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갑작스레 부끄러워져 관심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디 가는 길이예요?”라며 급하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학생은 철도대학 입학 면접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학생에게 시험에 합격할 거라고 응원의 말을 해주고 목적지에서 내렸다. 처음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하철도 한 시간 이상 타게 되면 동승하는 사람들과 길동무가 되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기차는 장시간 여행이 지루하지 않게 옆자리 말동무까지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순천역에서 내려 선암사로 향했다. 선암사는 다른 절과 다르게 템플스테이를 1인 1실로 운영한다. 가족들은 한 방에 들어갈 수 있지만 일행이 아닌 사람과 한 방을 쓰는 일은 없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에 귀한 야생차 한 잔을 얻어 마시는 좋은 경험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순천역으로 향했다. 에드워드 권 셰프가 극찬했다는 건봉국밥집에 가기 위해서다. 수많은 인터넷 후기 덕분에 가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대학생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순천 내일로 여행객들의 조식 코스인 듯하였다. 진한 국물 임에도 돼지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셰프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국밥을 하나 시켰다. 국밥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라 매우 익숙했으나 패키지 단체 여행객들 사이에서 혼자 밥을 먹는 분위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국밥이 나왔고 국물을 떠서 맛을 보았다. 진한 국물임은 맞지만 돼지 냄새는 있는 편이었다. 내가 생각한 깔끔한 맛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유명 맛 집의 경우 후기를 보고 기대치가 높아지면 막상 가서 맛을 볼 때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경우인가 싶어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듯했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힘들게 찾아오기도 하였고 다음 일정인 순천만정원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체력을 비축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먹었다. 그래도 잔반이 많이 남았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 주위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전날 술을 많이 마셨는지 퀭한 몰골에 숙취로 인해 아침밥이 잘 들어가지 않는 듯 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계산을 했다. 그 때 주인 할머니가 나오시며 “고맙소”라고 몇 번을 인사하였다. 외지인이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준 것이 고마웠던 것 같다. 나는 국밥보다도 할머니의 “고맙소”라는 그 한마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멀리서 찾아주는 사람을 위한 정성과 고마움이 담긴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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