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세요?

離富亡川

by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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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세요?”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의례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평범한 일상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직장 동료와 동행한 낯선 일행이 나에게 그 질문을 하였을 때 대수롭지 않게 “부천에 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였다. 대개 그 다음 질문은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교통수단은 무엇인지 등의 서로에 대해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이지만 대화는 이어갈 수 있는 틀에 박힌 정형화된 질문으로 이어지는 루틴이다.

그날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는 “이부망천에 사시네요.”라고 이야기하였고 나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뉴스 안보셨어요?” 라며 ‘이부망천’의 뜻을 설명해주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런 말을 상대방을 앞에 두고 하신다는 게 대단하시네요.”라고 웃으면서 적당히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이혼하면 부천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2018년 한 정당의 대변인이 YTN의 지방선거 수도권 판세 분석 방송에 출연해서 언급한 내용으로 실제 ‘이부망천’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논란이 되었던 문장을 네티즌들이 압축해 만든 신조어가 나의 일상생활까지 오게 된 것이다.

스쳐지나가듯이 들은 이 말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인천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부천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사세요?”라는 너무나도 흔한 이 질문은 그 사람이 사는 지역을 파악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다의적인 질문이다.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했던 내 출신 지역의 지위가 한 사람의 발언으로 인해 이혼해서 망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전환되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 전 국민에게 각인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삽시간이다.

‘이부망천’이라는 마치 고사성어같은 이 단어는 나무위키 백과사전에도 등재되어 나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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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EC%9D%B4%EB%B6%80%EB%A7%9D%EC%B2%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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