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속에 살고 싶진 않아
전세 계약 만기일 두 달 전.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연장 의지가 없음을 알려왔다. 딸아이가 졸업을 앞두고 있어 내가 사는 곳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애초에 나도 5평짜리 좁은 원룸에서 벗어나 투룸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1% 정도는 있었기 때문에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문제는 전세난. 2021년 신문기사에서 말한 전세난은 거짓부렁이가 아니라 실제 현상이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 말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화로 전세가 확실히 줄었다고 했다.
매물이 나왔다 싶으면 위치가 위험했고, 그게 아니라면 방이 너무 작았다. 5평보다도 더 작은 4평짜리 원룸은 충격적이었고, 투룸이라도 10평짜리를 쪼개고 쪼개서 만들었다.
위치와 크기,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매물이 나왔다싶으면 누군가가 바로 채갔다. 매물을 보고난 뒤 부동산 계약을 진행하기 직전 어떤 사람이 집 컨디션을 직접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걸어놨다는 비보를 접했다. 또 다른 매물은 3팀과 함께 집을 보러간 뒤 모두 계약을 원한다고 해 가위바위보를 했다. 단순한 그 게임에서 졌을 뿐인데 계약 만료 2주일 전까지도 그 다음 집을 구하지 못했다.
초조해진 나는 분양 완료도 안 된 위험한 신축 오피스텔로 급하게 전세계약을 진행했다. 그렇게 나는 재개발 구역에서 집주인 대신 몸빵을 하는 전세입자가 됐다. 매일 아침 공사 소리에 눈을 떴다. 달고 살던 비염은 더 심해졌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코가 막혀있었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 문제가 계약만료를 앞둔 2년 뒤 드러났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 들어오기 전까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쳤다. 나자신이 너무 급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HUG를 가입했던 덕분에 HUG를 통해서 전세금을 돌려받은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