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보장된 한국이 아니잖아요
"요즘 젊은 분들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잖아요. 국가가 대신 노후 대비를 해줄 필요가 있어요"
최근 서울 시내 한 횟집에서 만난 60대 한 연금전문가는 청년들에게도 국민연금이 필요한 이유로 이같이 말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으로 그 달 번 돈을 현재의 행복을 위해 탕진하는 과소비를 뜻하는 '욜로'는 MZ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떠오른 지도 오래다. 필자 체감상 명품 소비가 피크를 찍던 2019년 전후로 그 선입견은 더욱 짙어졌다.
MZ 입장에서는 미디어에서 비친 일부만을 전체로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물론 나 또한 나와 비슷한 친구들과만 어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MZ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지만, 지인 포함 친구 중에 욜로족이라 칭할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과시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명품 소비를 한다지만, 억대 연봉 친구 또는 금수저 친구가 자기 능력 안에서 구매한 경우였다.
평범한 친구들은 저축하느라 바빴다. 나 포함 자취하는 친구들은 집세 포함 한 달 100만 원 이내로 아끼길 바빴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친구는 심지어 1억대 연봉에도 한 달에 50만 원도 안 쓴다고 했다.
노후 걱정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마 현 부모 세대인 5060보다 노후를 더 생각할 거다.
5060 세대는 착실히 연봉을 모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아파트 값 덕분에 주거 걱정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본인들도 은퇴한 나이 든 부모를 부양했기 때문에 자식들 다 키워놓기만 하면 그들이 노후를 책임져 줄 거라는 생각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벌써부터 주거가 걱정이다. 더 늦어지면 안 그래도 높은 아파트값이 더 이상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갈까 봐 마음이 조급하다. 은퇴 이후 노후 준비는 둘째치고 내 몸 하나 건사할 집마저 없으면 서울역 한 자리를 차지할까 봐. 주식이나 부동산 책을 읽고 유튜브를 구독하고 임장을 다닌다.
국민연금은 전혀 기댈 수 없는 수준이다. 평균 수령액이 올해 초 기준 월 약 65만 원이다. 국민연금이 보장해 주는 노후가 아니다.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저축하느라 바쁜데 국민연금은 매달 월급의 4.5%를 가져가고, 앞으로 더 늘리겠단다. 그런데 수령액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현 40%에서 소폭 늘린다고 한다. 국민연금 재정건전성 때문이라나.
물론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다. 중산층 이상 사람들은 받을 돈보다 국민연금을 더 내지만, 그 이하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낸 돈보다 더 많이 받게 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지 않는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 중산층 MZ도 힘들다. 이미 국민연금은 아무리 더 걷어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최저생계비가 보장되도록 전 국민에게 연금을 뿌리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스로 노후를 걱정할 필요성을 느끼는 MZ는 많아졌다. 이를 반영해 기존 국민연금 제도를 고집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각자 스스로 퇴직자금을 운용하는 사적연금을 키우는 게 답일 수 있다. 사적연금의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건 거의 예금으로만 운용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70% 이상의 퇴직자금이 쏠려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