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당신의 오늘은 어떠한가요?
객원 에디터로 일하다 보면, 가끔 메일로 먼 곳의 안부를 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메일을 주고받을 때 저는 날씨를 언급하곤 합니다. 상대의 오늘을 궁금해하는 것에 있어 날씨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없으니까요. 저는 메일도 기본적으로 편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기에, 본론에 앞서 ‘나와 얘기할 당신의 오늘이 어떤지 궁금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하려고 합니다. 날씨가 맑다면 기운차게, 날씨가 흐리면 편안한 말투로 메일을 씁니다.
예전에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저는 습관처럼 창밖을 흘긋 쳐다 보고는 ‘계속 흐린 날이 이어지고 있네요. 좋은 음악과 함께 쉬엄쉬엄 보내는 주말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보내고 나서 며칠 후, 아차 싶었습니다. 서울은 내내 흐렸지만, 대구의 날씨는 억울할 정도로 화창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분은 쾌청한 창밖을 보며 잠시 의아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서울에 사는 게 아닌데, 멋대로 서울 중심으로 사고해 버린 것이지요. 그렇게 잠시 반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주에 있는 한 작가님과 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꽤 여러 통의 메일이 오갔는데, 그러다 보니 인사를 드리기 앞서 휴대폰으로 제주의 날씨를 검색해 보는 게 루틴이 되었습니다. 서울은 맑은데 제주에는 먹구름이 꼈구나, 서울은 영상인데 제주는 영하네? 이렇게 두 곳의 날씨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안부를 건넵니다. 이번에는 제주의 날씨만을 언급하는 대신 은연중에 서울의 날씨도 함께 알려드리곤 했는데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이 상황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치 편지를 쓰듯, ‘이곳은 이런데 그곳은 어떠한가요?’하고 자주 물었습니다.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네요! 지금쯤 그곳에도 노을이 지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 제주는 서울보다 한껏 쌀쌀한 날씨네요’.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제 메일을 읽고서 저절로 창밖을 한 번 바라보게 될 그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메일 상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자 첫인사와 맺음말에 다정한 안부를 건네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면 형식적으로 문장을 쓰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날씨는 매일 달라집니다. 메일을 쓰기 전, 창밖을 내다보고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상대가 있는 곳의 날씨를 확인하며 그에 맞는 안부를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하는 것. 그것이 메일을 한층 온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요? 메일에 적는 안부의 핵심은 ‘당신의 오늘이 궁금합니다’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작은 센스를 업무에 살짝 심어 봅시다. 모니터 너머의 상대가 한층 궁금해지고, 또 더욱 존중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