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 한 점 명화를 감상합니다

오늘의 풍경을 다르게 바라보기

by 위시

제가 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한 태초의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도 살바도르 달리일 것입니다. 5살 때쯤 달리의 그림을 보고, 미술은 상상하는 걸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렇게 무척 어릴 때부터 화가의 꿈을 키우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디자인과에 진학한 것도 실은 그림을 그리는 과로 착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 정통 미술보다는 만화에 눈을 뜨고, 입시미술을 시작하며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과를 다니며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니 어느샌가부터 그림과 멀어졌습니다. 말하자면 더 이상 미술이 아니라 디자인에 몸 담그는 생활에 익숙해진 것이지요.


그러다 다시 명화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입니다. 시각적 표현으로서의 디자인은 마음만 먹으면 흉내내기 쉬운 분야입니다. 다들 근사한 그래픽 정도는 툴만 안다면 능숙하게 그려낼 수 있지요. 그러니 결국 차이를 가르는 것은 표현된 비주얼의 이면에 있는 스토리와 깊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통으로 돌아가 보고 싶었습니다. 모사하고 꾸며내는 시각적 표현이 아닌, ‘무엇을 포착해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를 고민했던 수많은 이전 세기의 화가들의 창조적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명화를 중심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실은 디자이너로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명화를 감상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 가깝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본능적으로 채워지는 충만한 기분은 물론이고, 그림을 통해 또 하나의 풍경과 사람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났다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보며 가 본 적 없는 시대의 낭만적인 거리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개성 있는 배색과 붓터치를 보며 일상의 풍경에 깃든 비일상의 감각을 체험하기도 하지요. 평화로운 장면을 보면 절로 내 기분도 평온해지고, 취향을 저격하는 구도와 색감을 만났을 때는 내 세상이 한층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특별할 일 없는 일상을 보내며 ‘그늘은 회색, 물은 파란색’이라는 관념에 익숙해져 있다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옥청색 그림자와 모네의 작품 속 보랏빛 물을 마주하는 순간 세상이 훨씬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명화 인문학 책을 읽다 보면 그림에 얽힌 이야기도 알게 되고, 원래 알고 있던 그림도 새롭게 다가오고, 좋아하는 작가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작가가 궁금해져 책에 실리지 않은 그림을 더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희귀한 그림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어 말할 수 없지요.


그림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한동안 그 사실을 잊은 채 살아왔지만 저도 이제 그 그림의 힘을 다시 느껴보려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빌려, 저도 오늘의 풍경을 매일 색다르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명화를 감상하는 데 뛰어난 교양이나 지식은 필요 없습니다. 해석할 필요도 없지요. 다만 한눈에 봤을 때, 기분 좋아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루 한 점의 기분 좋음을 그림을 통해 매일 느껴 봅시다.

오늘 마음에 들었던 명화 한 점, 허버트 바담의 <어느 아침 시간>



<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나다운 중심을 지키는 오늘의 질서가 되어 줍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느꼈던 소소한 깨달음과 교훈, 생활의 규칙과 태도 등 삶을 더욱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우리 함께 나다운 기본을 찾아 볼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메일 쓰기 전에 날씨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