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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Aug 19. 2023

칭찬에 기분 좋게 대답하는 법

부끄러움은 겸손의 표현이 아니니까요.

여러분은 칭찬에 능숙하게 반응하는 편이신가요? 저는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괜히 부끄러워져 ‘아니요, 뭘요’라거나 ’그런 거 아녜요‘ 하며 무심코 손사래를 치기도 합니다. 사실 칭찬을 너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것, 나 자신을 높이는 것을 극구 사양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부분은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다양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해 보니 종종 느낄 때가 있습니다. 부끄러움의 표현이 겸손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이번 주에 제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가고 싶어 예약까지 해 둔 공간이 있어 평소라면 찾지 않았을 조그만 동네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낮에는 카페 겸 프라이빗 공간으로 밤에는 바로 운영하는 정겹고 아담한 곳인데요. 예약 전날 밤, 바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사장님께 메뉴 추천을 받고 소소한 스몰토크를 주고받다가 내일 낮에 예약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은 여기 와 보고 싶어서 이 동네에 왔어요.“하고 이 공간이 저에게 준 영감과 기대감을 가볍게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갑자기 멋쩍어하더니 대뜸 대답하셨습니다. “그건 부담스러운데요“. 같이 갔던 게스트하우스 일행 분이 제 말을 한 번 더 거들자 다시 한 번 ”하하, 진짜 부담스럽네요“하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들은 이상, 어떤 말도 더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에 대한 감상도 더 전해드릴 수 없었지요.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되어, 마음 안에 떠도는 긍정적인 단어와 감정을 하이볼과 함께 속으로만 꼭꼭 삼켰습니다.


“정말요? 좋은 시간을 보내다 가셨으면 좋겠네요.” 저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기쁘네요. 낮에도 예쁜 공간이랍니다.”하고 산뜻한 자랑으로 맞받아쳐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말을 들으면 대화를 더 이어갈 수 있었을까, 상상의 문장을 곱씹다가 이런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칭찬에는 아무쪼록 ‘긍정형’으로 답하는 것이 기분 좋은 대화의 힌트라고요. 칭찬을 듣는 순간 어쩔 줄 몰라 털을 바짝 곤두세운 고양이가 되어 방어막을 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저 또한 종종 칭찬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전혀 아니에요‘라는 말을 뱉어버려 더 이어질 수 있었던 소중한 대화를 허무하게 끝내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칭찬을 들었을 때 느낀 기분 좋은 감정을 ’고마워요. 기쁩니다‘라는 말로 순수하게 답하기가 얼마나 부끄러운지요.


그러나 부끄러워서라는 변명은 갈수록 전해지지 않는 진심이 될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의 표현은 부끄러움일 뿐, 겸손을 표현하는 것은 한 단계 위입니다. 칭찬을 환대하는, 보다 사려 깊은 언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기분 좋은 감상을 선물 받은 만큼 기분 좋은 언어로 되돌려 주는 단순한 공식이면 충분합니다. 생각해 보면 칭찬 앞에 우리는 너무 서두르는 듯합니다. 어떻게든 바로 반응을 보여야 할 것만 같아, 칭찬이 불러온 기쁜 감정을 곱씹을 여유도 없이 대답부터 해버리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한 숨, 멈췄다 대답해도 괜찮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그 말에 대해서 생각하고, 감정을 고르고, 솔직하고 명쾌한 언어로 대답해 봅시다. 그렇게 나오는 대답은 굳이 고민할 필요 없이 긍정형이 될 테니까요.


혹시나 기대감을 품고 왔는데 실망하고 가면 어떡하지, 분명 그러한 노파심이 드셨을 사장님을 위해 한 마디 더 덧붙여 봅니다. 다음날 낮에 머문 시간은 기대한 바처럼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다고요. 갈수록 서로가 주고받는 감동과 기쁨의 감상에 보다 자연스럽고 환대적인 사회가 될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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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본> 2023 연재를 시작합니다

일상의 나다운 기본을 찾는 라이프마인드(lifemind)를 이야기합니다.

기본은 늘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 나다운 중심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소소한 깨달음과 생활의 태도 등 삶을 보다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라이프마인드를 이야기합니다.

일본의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 씨가 일상에서 느꼈던 생활의 힌트들을 틈틈이 기록한 <생활의 수첩>에서 영감을 받아 연재하는 시리즈입니다. 당신의 오늘의 기본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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