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의 기본은 곧 어른의 기본
“그런 사람도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도 있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보며 이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별 것 없는 일상은 종종 이런 사람들로부터 구원받는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냐고 한다면, 다름 아닌 ‘성실하고 즐겁게 일하는 어른‘입니다. 출근길에 올라서는 버스에서, 오후에 잠깐 들린 편의점에서, 퇴근 후 들리는 마트에서, 주말에 찾아간 카페에서... 이런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평범한 나날 속 느닷없이 불쑥 나타나, 기분 좋은 감탄을 주지요.
며칠 전, 수요일의 일입니다. 지인과 집에서 단란히 저녁을 만들어 먹은 후, 캔맥주 하나씩을 사러 소소한 발걸음으로 마트에 들렀습니다. 맛있겠다,며 들뜬 저희를 보며 5-60대 캐셔 분께서도 흥겹게 맞아주십니다. 맛있게 먹으라며 마지막 인사까지 건네주시고요. 장 볼 때마다 가는 마트라 저는 그분의 얼굴이 익숙합니다. 사실 마트 계산대에서 기분이 산뜻해질 일은 여간 없기 마련입니다. 혹여나 점원의 무신경한 제스처나 말투에 속이나 상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하지만 이 분과는 늘 경쾌한 소통을 합니다. 그래봤자 포인트 적립을 부탁하고 카드를 꽂는 특별할 것 없는 소통이지만 제스처나 말투, 표정 하나하나에서 정감과 즐거움, 성실함이 배어 나와 늘 덩달아 저도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되고 괜히 더욱 적극적이고 힘차게 대답하게 됩니다.
오늘은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 갔습니다. 스타벅스처럼 이름으로 불러주는 시스템이었는데요. 몇 분 후 제 이름이 불려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보통은 카페 알바생이 영혼 없이 입력된 말투와 표정 없는 얼굴로 ’맛있게 드세요‘ 하고 잔을 내미는 일이 많지요. 하지만 저를 확인하고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인사와 함께 친절하게 안내하며 잔을 건네는 모습에 마음이 그만 몽글해졌습니다. 잔을 반납하러 카운터에 다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제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고, 문을 열고 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뒤에서 인사가 들려오더군요. 그나저나, 새삼 웃는 얼굴이라니요. 손님 한 명 한 명의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각 상황에 맞는 인사를 건네는 일련의 태도가 무척이나 다정하고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사회에 분명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든든하고 감사한 공동체이지요. 하지만 성실하게 웃으며 일하는 사람과 마주치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임하는 것뿐인데도 주변 사람을 존중하고 고무시킵니다. 오늘 김지수 기자의 <위대한 대화>라는 책을 읽다 이런 어구를 보았는데요. ‘천진난만하고 성실한 어른의 온기’. 그 어구를 본 순간, 그런 사람들을 묘사하기에 딱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진난만이란 ’하늘에서 타고난 그대로 핀 꽃과 같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마음이 한순간에 허물어질 정도로 청순하고 꾸밈없는 감동과 온기를 받습니다.
이왕이면 이렇게 일하고 싶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에 이런 태도로 임하고 싶다. 이런 다짐을 합니다. 멋진 어른이 되는 소중한 힌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엔 특히나 더욱 회사 동료와 으쌰으쌰,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성실하고 즐겁게 일하는 마음가짐은 주변까지 전염됩니다. 여러분의 주변에는 어떤 직업인들이 있나요? 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직업인인가요? 그런 사람들을 더 발견하고, 더 감사하는 매일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